| 끝없는 자기증식의 괴물, 자본 해와인문기획 시네필로 ‘모스트 바이어런트’와 자본 kjdaily.com |
| 2015년 04월 22일(수)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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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범죄율이 최고조였다는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라디오에서는 연일 권총 사고를 비롯한 여러 폭력 사건이 보도되며,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런 폭력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 영화의 주인공 아벨도 마찬가지다. 마피아인 장인의 사업을 물려받아 석유 수송과 판매를 하는 그는 ‘원하는 건 갖는다’를 신조로 하는 야심 많은 사업가다. 그는 지금 전 재산의 거의 네 배에 달하는 거대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추진하는 중이다. 그런데 무장 강도가 수송 차량을 습격해 무려 20만달러 상당의 석유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터진다. 회사는 금전적 손해를 보고 구타당한 운전수들은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지만, 경찰은 무능하고 검찰은 관심이 없다. 게다가 대저택으로 이사한 날 저녁, 신원을 알 수 없는 괴한이 침입해 가족의 안전마저 위협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트럭 운전수 조합장은 운전수들이 권총 소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내 또한 대책 없이 당할 수 없다고 소리 높인다. 하지만 아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총기 소지는 안 된다며 이들과 대립한다. 이는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아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요청에 따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비합법적 총기 소지로 인한 사업의 몰락을 방지하고자 하는 경제적 염려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권총을 소지한 운전수가 석유 수송 중 강도를 만나 총을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무도 총에 맞지 않았지만 운전수가 도망치는 바람에 아벨의 회사는 불법 총기 소지를 권장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석유업계의 부정부패를 추적해오던 검사에 의해 16개 범법행위를 근거로 회사가 기소되고 만다. 부지 매입 잔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던 은행마저 고개를 돌려 아벨은 계약금으로 건 전 재산마저 잃게 될 궁지에 몰린다.
아벨은 어느 누구도 등 처먹지 않았다고 검사에게 단언할 만큼 청렴한 사업가이고, 자동차에 치여 고통스러워하는 사슴의 목숨을 끊지도 못할 만큼 폭력을 멀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진짜 폭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지젝(S. Zizek)은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에만 초점을 맞춰 폭력 일체를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인도주의적 SOS 외침 속에 근본적인 폭력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행위자, 사악한 개인, 억압적인 공권력, 광신적 군중이 행하는 폭력적 현실(reality) 이면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폭력, 곧 실재(the Real)가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벨은 자기가 겪은 폭력적 사태들의 극점에 냉혹하고 추상적인 자본이 벌이는 구조적 폭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순수하게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며, 익명성을 띠는 이러한 자본의 생리는 끝없이 자기증식하는 성질을 지닌다. 아벨이 경제적 성공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면서도 ‘왜 이렇게 절실히 원하느냐’는 변호사의 물음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하는 이유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인하여 신의 벌을 받았다는 창세기의 이야기는 질투와 폭력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경계하고 신앙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성경에서는 카인의 질투 감정을 부추긴 신의 구조적 폭력은 은폐된다. 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이라는 새로운 신앙에 순종하는 아벨은 자신이 가담하고 있는 구조적 폭력에는 둔감하다. 총기 발사 후 도망쳤던 운전수가 아벨의 눈앞에 나타나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눈다. 쓰러진 운전수를 지나쳐 석유가 유출되는 저장고의 구멍먼저 막는 아벨은 어떤 살인마보다도 잔인해 보인다.
/최송아 (전남대철학연구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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