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인권 양철호 |
| 2015년 04월 22일(수) 2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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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내에서의 방임으로 인한 입소자간 폭행으로 사망, 요양보호사의 거친 다룸으로 인한 부상, 일회용 기저귀 재활용, 공개된 장소에서 기저귀 교체, 남녀 입소자 한방에서 기거, 사망한 사람 또는 다른 사람의 약을 의사 지시 없이 임의로 복용시킴, 변을 많이 보는 입소자의 식사량 조절, 침대에 묶어 놓기, 입소노인 사고팔기, 근무 안하는 시설장의 친인척을 직원으로 등록. 위에 나열된 것들은 작년 KBS에서 방영한 “소비자 리포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우리나라 일부 노인요양원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필자는 1980년대 초부터 10여년을 미국에서 공부하였다. 80년대 초의 한국사회는 민주화와 산업구조 변화의 소용돌이 속이었는데 미국의 자유와 풍요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었다. 하지만, 이주 초기의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미국사회의 문제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노인문제였다. 필자가 노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국유학시절 참여한 연구가 계기가 되었다. 연구과제는 80년대 말에 주정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노인요양원(Nursing Home)과 관련된 것으로, 노인요양원에 대한 연방정부의 감사와 처벌로 인하여 폐쇄된 요양원에 있던 노인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를 파악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연구 결과보다는 감사에서 드러난 내용들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 중에 하나는 요양원의 노인들은 대부분이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인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욕창방지를 위하여 수시로 누워있는 자세를 바꿔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원 종사자들의 무관심과 방치로 인하여 같은 자세로 누워있던 노인의 몸에 욕창이 생겼고, 마침 여름철이라 파리가 꼬이는 바람에 살아 있는 노인의 몸에 구더기가 생기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미국사회의 대다수의 노인은 안락한 노후를 보낸다는 환상을 깨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30여년전 일어났던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들이 장기요양서비스 시행 7년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마침,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5세계인권도시포럼」프로그램 중 “노인과 인권 주제회의”에서 ‘노인요양시설에서의 노인인권보장을 위한 지방 및 중앙정부의 역할’에 대해 미국, 독일, 한국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각 나라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는다고 한다.
작년에 KBS에서 방영된 “행복한 노년에 대하여 -스웨덴”이란 프로그램은 우리와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 은퇴 후 알찬 노후를 보내는 노인,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는 노인들을 소개하면서 품위, 신뢰, 평등, 행복이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노인과 노인을 모시는 가족들에게도 품위, 신뢰, 평등, 행복이란 용어가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