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 예비타당성 조사 개선 시급하다

2015년 04월 23일(목) 20:34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전남지역 현안사업이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에 발목이 잡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이 정부들어 지금까지 통과한 사업이 거의 전무해 예타 면제 대상 확대는 물론 조사 항목인 지역특성(낙후도)을 감안한 분석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사업비 총액 500억원 이상인 예산·기금사업으로 건설공사가 포함된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예산 또는 기금 지원 300억원 이상 민자유치사업에 대해 예타를 실시하고 있다.

전남 현안 사업의 예타 대상은 2013년 이후 9개로 집계됐으나 그 이전 2012년, 2013년에는 대상 사업이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9건 모두 2014년 사업으로 현재 조사 결과가 끝난 5건과 예타 면제 1건, 예타 진행 중 3건이다. 조사가 끝난 5건 중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구간이 대폭 축소된 뒤 어렵게 통과 됐고, 나머지 압해-화원간 연결도로 개설 등은 경제성 확보에 실패해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타가 진행 중인 빛가람 사물인터넷 혁신클러스터 구축 등 3건도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예타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진도 포산-서망간 국도 건설사업으로 이는 진도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세월호 참사를 감안한 정부의 조치로 해석된다.

전남도 현안사업이 예타에 발목을 잡히는 이유는 지역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경제성 분석에 압도적인 비중을 두는 ‘전가의 보도’ 예비타당성 제도 때문이다. 경제성 분석은 수요·공급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전남의 경우 B/C(비용편익), AHP(경제분석+정책분석)기준을 사실상 맞추기가 어려운 구조다. AHP는 지역균형발전 분석, 즉 지역낙후도나 지역경제활성화 효과 등은 포함이 안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남도와 광주시, 전북도, 제주도 등 4개 발전연구원은 2013년 말 현행 예타 대상사업 총사업비 규모를 500억원에서 1천억원이상, 국가 재정지원 500억원 이상 신규사업으로 조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국토의 고른 발전을 위해선 낙후지역을 배려하는 예타의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