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갤러리 속 매화꽃 만발하네 오는 29일부터 광주 남도향토음식박물관서 ‘진경매화’展 ‘매화’로 뭉친 황순칠·류재웅·조규철·최요안 등 9명 작가 ‘현장성’ 강조한 작업 눈길…개막 땐 시낭송·음악 공연도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4월 26일(일) 20:33

황순칠 作 ‘독수매(獨守梅)’

지천이 아닌, 도심 한복판 갤러리에 생생한 매화가 그득히 피어난다. 매화를 주제로 현장사생을 거친 화가 9명이 그 결과물을 오는 29일부터 5월12일까지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선보이기로 한 것.
주인공은 황순칠 작가를 비롯해 류재웅·정경래·조규철·조현수·최요안(이상 서양화), 허임석·이선복·이창훈(이상 한국화)씨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40-50대 중견작가 9명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일 담양군 남면 지실마을에서 와룡매(臥龍梅)의 분홍매 등을 배경으로 한 현장작업을 갖고 이를 일반에 공개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허임석 作 ‘와용매 비천’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매화를 일컫는 와룡매를 현장에서 직접 포착해 교감한 9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상화해내는 방식을 취했다.

작가들은 그때부터 그려낸 매화그림 18점을 ‘진경매화(眞景梅花)’란 문패를 내걸고 이번에 전시하게 된다.

류재웅 작가는 찬란하게 피어난 와룡매의 꽃 절경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냈고, 정경래 작가는 그 매화 꽃망울을 확대해내 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코앞에서 꽃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을 선물한다.

최요안作 ‘봄의 향연’

또 이창훈 작가는 매화를 배경으로 한 옛 여인의 청취를 그려냈고, 황순칠 작가는 담양 독수정에서 400년이란 세월과 당당한 기품을 뽐내는 ‘독수매(獨守梅)’를 캔버스에 옮겼다. 그런가하면 이선복 작가는 연못물에 비친 매화를 수묵으로 담아내 ‘매향 물 속에 토하다’란 명제를 붙였다.

‘왜 굳이 현장사생까지 기획했냐’는 우문에 작가들은 ‘예술가로서의 당위성’이란 현답을 날린다.

조규철 작가는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자연과 만나 교감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며 “그래서 예전엔 작가들이 곧 탐험가 같은 모습으로 모든 대상물과 교감하며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 들어 젊은 작가 90%가량이 작업실 안에서 사진을 보며 연구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아쉽다”며 “대자연의 산소와 시간성이 없는 작업은 반드시 한계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작가로서의 현장성을 잊지 않고, 혹은 잊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9명의 작가가 뭉친 셈이다. 해서 전시 제목 ‘진경매화(眞景梅花)’ 아래엔 ‘in situ realism(현장 사실주의)’이란 문구도 새겼다.

정경래 作 ‘봄의 몽연’

특히 이들이 함께 주제로 삼은 것은 ‘화중유시(畵中有時) 시중유화(時中有畵)’다.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네’로 요약되는 이 문구는 장르나 외관의 경계를 넘어 통섭해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는 정신을 함축한 것이겠다.

이에 따라 전시 개막일인 29일 오후 7시에는 갤러리 현장에서 그림 전시와 더불어 노래, 시낭송, 연주 등을 결들일 요량이다. 가수 박문옥씨와 박자경 시인이 매화에 관한 노래와 시편을 읊고, 피아니스트 박의혁씨가 직접 작곡한 매화곡을 연주하게 된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