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봄날을 부른다 유근기 곡성군수

2015년 04월 27일(월) 20:21

꽃피는 4월, 농촌과 산촌의 들녘은 새 생명의 질서를 부여하는 대자연의 축제를 흐드러지게 한 판 벌인다.

한 주일 여 화사한 꽃비를 뿌려대던 벚꽃은 서둘러 산으로 올라갔고, 아이들처럼 재잘거리던 새들의 지저귐이 어느새 높은 음 자리로 바뀌었으며, 산등성이 어둠이 내리면 소쩍새가 어김없이 풍년가를 불러 댄다.

이맘때 곡성 섬진강을 휘감고 지나는 국도 18호선과 전라선 철도변에는 눈부신 철쭉꽃 군락이 비단 자락을 펄럭이고, 강변 돌무더기에도 이름 모를 꽃들이 별처럼 박혀 있다.

울 안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하지감자 움튼 싹이 땅을 뚫어 튼튼한 고개를 내밀었고, 겨울 혹한을 맨 몸으로 견뎌낸 마늘은 키를 부쩍 키우며 ‘쫑’ 올릴 준비에 나서고 있다.

봄비에 젖은 논두렁 보리 동은 하루가 다르게 살을 찌워 가고, 부지런한 농부는 서둘러 모판에 볍씨를 뿌려 못자리 준비에 나섰으며, 이미 자란 고추 모종도 꽃망울을 머금어 밭으로 나갈 채비가 끝났다고 아우성이다.

요즘 시골 풍경 일단의 스케치에서 보듯 농촌에서의 유유자적한 삶만큼 아름다운 것도 드물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날로 스러져 가는 농업 농촌의 민낯을 그대로 보기가 민망해 별의별 궁리를 해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농촌에서 희망의 길을 찾을 것인가? 그 중 하나가 ‘귀농·귀촌 프로젝트’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1970년 전국적으로 1,442만여 명에 달했던 농가 인구가 지난해 284만7천여 명으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으며, 1999년 농촌사회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 고령화 단계에 진입한 이후 2014년에는 전국 평균보다 3배 정도 높은 37.3%에 달해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을 넘어선 상태다.

이와 같은 농업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는 농업 생산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농촌 활력을 소실케 해 지역사회 공동체 유지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지역 공동화 현상을 불러들일 수도 있는 농업 농촌의 고령화 대책으로 현상 유지와 미래 전략이라는 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고령 농업인들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며 노인복지 형 공동체 농장과 같은 영농조직을 만들고, 사회복지 서비스 강화와 노인 일자리 창출 등으로 현상을 보전하는 한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귀농·귀촌 대책을 강화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곡성의 현실도 별 다름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귀농·귀촌이 농업 농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구조 전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귀농·귀촌 지원을 통한 지역 살리기를 주요 선거공약의 하나로 내세웠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도 나타나듯 귀농·귀촌자 수는 경제 성장률과 반비례하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각박하고 소비 지향적인 도시의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선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귀농·귀촌을 실행하려는 도시민의 거래비용과 리스크를 낮추고 이들이 농촌 지역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이 ‘귀농·귀촌 프로젝트’다.

취임 초 T/F팀을 구성해 귀농·귀촌에 대한 결심부터 정착 때까지 단계별 맞춤형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지난해 78세대 157명이 곡성에 정착했고, 올해 3월까지 116세대 175명이 전입해 왔다.

미래 세대인 젊은이가 떠나지 않는 곡성을 위한 청년정책과 함께 마을별 귀농·귀촌 멘토링제를 통해 2018년까지 3천명 유치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 목표인 300명 귀농·귀촌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귀농·귀촌이 농촌 살리기의 만능열쇠는 결코 아니다. 청년들이 도시의 무한경쟁을 피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농촌으로 내려오지만 농촌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향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농촌도 이질적인 젊은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이 나라의 미래이듯 청년 농업인 또한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다. 귀농·귀촌정책의 중요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12년간의 귀농일기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 농부의 귀촌’이라는 책을 펴낸 유진국·육현경씨 부부의 좌충우돌 농촌생활 소감 한 구절이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울린다.

“돌아보면 맨땅에 헤딩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귀농했기에 메말랐던 내 인생의 절반을 초록으로 채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