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母子 ‘만남의 길’ 연 법원 ‘눈길’ 광주가정법원, 아동보호시설 형제 후견인 자처 재판부와 조사관 협의해 차후 만남 주선 예정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5년 04월 27일(월) 20:38

법원이 가정의 울타리가 깨져 부모의 무관심속에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진 형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는 바로 수년동안 못 보았던 부모를 만나는 것.

27일 광주 가정법원(가사 4단독 정영하 판사·사진)에 따르면 A(38·여)씨가 전 남편 B(53)씨를 상대로 낸 면접교섭 허가 심판 청구와 관련해 법원 조사관의 조사명령을 했다.

이에 조사관은 A씨와 B씨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13·14)의 생활형편 등을 조사해 부모와의 만남을 주선할 방침이다.

이들 형제들이 아동보호시설인 보성의 그룹홈에 보내진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8년 6월 A씨와 B씨는 조정 끝에 결국 이혼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두 아들은 B씨가 양육하기로 했지만, 무관심 속에 학교, 지자체 등이 관여해 보성에 있는 한 그룹홈에 보내졌다.

‘그룹홈’은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을 말한다.

엄마 A씨는 이런 사연을 최근 가정법원에서 열린 심리 절차에서 알게 됐다. 혈육의 정을 느끼고 싶어한 형제들은 부모들을 보고 싶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들의 자필 의견서에는 틀린 맞춤법과 서투른 표현이었지만 진심이 묻어나왔다.

의견서 내용은 “5년간 안 만나고 있다. 엄마랑 살고 싶다. 아빠랑은 만나고 싶지 않고. 아빠는 옛날에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착하시고 동생과 나를 아껴주셨다”(큰 아들), “형과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 6년 동안 안 살았음. 매일 같이 살고 싶다”(작은 아들)등이었다.

정성스럽게 쓰여진 내용의 의견서는 영광 그룹홈에서 기거하는 배다른 형이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의 이복형은 B씨가 다른 전처와 낳은 아들로, 아직 성년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자신보다 어린 형제를 돕는 것으로 보였다고 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보성의 그룹홈 측은 언제든지 아들들을 보러 와도 좋다고 밝혔지만, 어머니 A씨는 암으로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조사관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당사자들이 원만히 만날 수 있도록 ‘후견적 개입’을 하기로 했다.

광주가정법원 관계자는 “방임된 형제들은 부모가 버렸는데도 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부모의 사랑을 한참 받아야 할 나이에 부모의 무관심속에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졌는 데 꿋꿋하게 자라 대견스럽다”며 “차후 부모의 만남은 재판부와 조사관의 협의 절차를 거쳐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