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꼭 필요한가, 부통령제 하자 본사 사장 nam48@kjdaily.com

2015년 04월 29일(수) 19:57

박근혜정부 출범 800일이 되어간다. 800일의 역사는 ‘총리 잔혹사’였다. 이 정부 들어 지금까지 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등 총 5명의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중 이완구 총리와 정홍원 총리만 실제 총리가 됐다. 천신만고 끝에 총리에 오른 이완구 총리마저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하면서 임기를 마친 총리는 정홍원 전 총리가 유일하다. 국무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위치다. 그러나 2인자는 경우에 따라 참으로 비루해진다.

이제 이 정부는 출범 26개월 만에 6번째 총리를 찾아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에서 찾기를 바란다. 후임 총리 조건은 난맥상에 빠진 국정을 수습하고 공무원연금개혁과 정치개혁 등 각종 쇄신 과제를 추진할 신망과 지도력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인사 기준이 ‘국민을 위한 총리’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정권을 위한 총리’ ‘대통령을 위한 총리’ ‘진영을 위한 총리’는 안 된다. 후임 총리는 새누리당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국민통합형 인사가 되어야 한다.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국정을 쇄신하고 국가 미래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국무총리는 우리에게 ‘의전총리’ ‘대독총리’ ‘방탄총리’ ‘얼굴마담총리’ 등으로 불리며 정부의 국면 전환용이거나 민심 수습용으로 활용됐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제도는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시작되었다. 헌법상으로는 86조2항에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괄한다’고 되어있고, 이를 위해 국무위원 임명을 제청할 수 있는 권한(헌법 제87조1항)과,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권한(헌법 제87조3항) 등이 명시되어 있으나, 역대 국무총리들이 위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 행정부를 통괄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통령 중심제가 원칙인 상황에서 국무총리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국무총리의 권한 행사에는 항상 정치적 한계가 있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 우리나라의 국무총리는 그 역할 및 기능에 관련해 이른바 상징적 혹은 장식적 존재로 여겨져 왔으며 무용논란과 함께 제도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되어 왔다.

사실 대통령이 있고 국무총리(Prime minister)가 동시에 있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Prime minister’는 국무총리 흔히 수상이라고도 부른다. 수상은 내각책임제의 수장이고 대통령은 대통령 책임제의 수장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의 아베는 아베 총리(수상)이지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의 오바마는 대통령이지 수상이 아니다. 미국에는 국무총리 대신 부통령이 있고 부통령은 대통령과 함께 파트너로 국민이 선출한다. 부통령은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택하는 만큼 국회가 감히 청문회를 요청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필자는, 우리나라도 부통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부통령제를 도입하면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필요 없게 되며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회 청문회 때문에 여론이 갈리고, 시간을 낭비하고, 여러 사람 가슴에 깊은 상처만 남기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에서는 통과가 시급한 법안들이 잔뜩 밀려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상대 당 후보를 흠집 내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정부는 공백상태로 표류하는 일이 생략된다.

필자는 부통령제가 국무총리를 두는 것보다 오히려 예산이 덜 들며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라고 믿는다. 애당초 대통령으로 출마할 때 마음에 드는 능력 있는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뽑아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더 온당한 일이기도 하다. 부통령은 대통령이 성공해야 본인도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대통령을 도와 현 정부를 성공시키는데 온 심혈을 기울이는 정치동반자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복잡한 현안이 많은 한국의 경우 시국을 대통령 혼자 이끌고 나가기에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더욱 부통령의 역할이 시급하다고 보여 진다. 특히 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 대신 방패막이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에서 서슴지 않고 바른 말을 할 수 있고 장관들을 나무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부통령이 감시하고 있는 한 대통령 측근 비리도 있을 수가 없다. 부통령제를 둔다고 예산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국무총리 예산이면 충분하다. 국무총리 관저를 쓰고 사무실도 이름만 바꾸면 된다. 요새 같이 복잡한 때에 대통령 혼자 보다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주요 국정현안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통령은 국민과 더 가까이 있으면서 국민의 의견을 더 효과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고, 또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복잡다단한 시대엔 대통령과 정치 운명을 같이 할 동반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 정부에선 개헌 아니면 총리직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개헌을 해서 다음 정부부터는 국무총리 대신 부통령제를 신설, 총리 청문회로 인한 국력낭비를 줄여야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총리제 폐지 부통령제 신설’을 심도 있게 논의해주기 바란다.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