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5·18 35주년 ‘영창체험’ 현장 가보니 광주 서구 5·18 자유공원내 구 상무대 영창 재현 고문 장소 이르자 엄숙함 확 밀려와 분위기 숙연 고통스런 시민 밀랍인형 보니 당시 절규 떠올라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2015년 04월 29일(수) 22:21

지난 28일 오후 5·18법정·영창체험에 나선 광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상무지구 5·18자유공원 내 옛 상무대 영창 등을 둘러보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기억하라 억압 받은 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라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외침을….”
28일 오후 3시께 광주 서구 5·18 자유공원 역사체험장.
올해 5·18민주화 운동 35주년을 맞아 5·18기념문화센터와 5·18 구속부상자회가 마련한 ‘영창 체험’ 현장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자리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공무원 60여명과 일반인 10여명 등이 함께한 체험은 자유관에서부터 시작됐다.


영상과 사진 전시물을 보며 5·18의 당시의 참혹함이 상상됐다. 영창을 체험하기 위해 당시 상무대 헌병대 영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 6개 방으로 나눠진 영창은 각 정원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5·18 당시에는 100-150명이나 되는 시민이 수감됐다고 한다.

영창은 창살이 있고 부채살 모양으로 방 6개가 빙 둘러 있는 형태로 중앙 통제소에 헌병이 모두를 감시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체험객들은 죄 없는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장소에 이르자 엄숙하게 영창 안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100여명의 사람이 수용되기엔 너무나도 비좁았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며 내리는 비 때문인지 영창 안 마룻바닥은 유난히 검게 보였고 눅눅하게 습기 찬 방은 답답함이 절로 느껴졌다. 더위와 배고픔, 폭력 앞에 고통 받았을 시민들을 형상화해 놓은 밀랍인형은 그날의 절규를 떠올리게 했다.

자리를 옮겨 당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구속자들이 군사재판을 받았던 곳으로 이동했다. 법정은 재판관과 총을 맨 헌병,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는 시민의 모습을 형상해 놓았다.

부당한 재판에 맞섰을 열사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실제 재판장 참관인처럼 모두가 재판정을 경건하게 바라봤다.

교육에 참가한 50대 공무원은 “5·18때 중학생이었고 강진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영상과 사진만으로만 5·18을 접했다”며 “영창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기에 지원해 그 당시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었다. 오늘 체험과 함께 실제 시민군으로서 영창을 체험한 분의 육성을 들어보니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방청 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임모(58·여)씨는 “5·18 당시 너무 무서워서 충장로 골방에서 솜이불을 덮고 3일 밤낮을 누워있었제. 처녀들 한테 해코지 한다는 소문이 돌아서…”라며 “그 동안 와보질 못했지. 와서 보니 그 때 겁먹고 울었을 때가 생각나. 근데 나는 그때만 생각하면 떨려서 참여는 못했을 것 같구만.” 하고 울먹였다.

시종일관 열정적인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이동계(58)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은 “잊혀져 가는 5·18을 계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공무원 분들은 일선에서 시민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공무원분들이 솔선수범해 다른 분들에게 알리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또 이 자리에는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해 영창에서 6개월간 수감됐던 구속부상자회 회원들도 영창체험 설명을 거들었다. 이 사무총장은 이들에 대해 “법정에 서서 애국가를 부르던 죄 없는, 다만 자유와 민주화를 갈망하던 열정적인 청년들이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창 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가는 5·18에 대해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 오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28일 첫날 체험에는 69명의 시청 공무원과 일반인 10여명이 교육에 참석했다.

지난해에 211개 단체 2만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방학기간 포함 개인 탐방객 수는 3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