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광기가 빚어낸 참혹한 학살의 현장…인간의 잔혹함, 그 끝은 어디인가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43>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비극 kjdaily.com

2015년 05월 06일(수) 19:30

박종석 作 ‘죽음의 집-툴슬랭 학살박물관’. <프놈펜 내에 자리한 툴슬랭 박물관은 총 4개로 이뤄진 학교 건물로 1970년대 공산당인 크메르루즈가 정원을 잡았을 당시 반 공산당원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지식인, 승려, 시민 등을 잡아다 고문하고 살해했던 아픔의 현장이다. 건물은 철창으로 덮여있으며 당시의 참혹했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

보름간의 베트남 전역의 여행을 마치고 5월1일 아침 8시에 사이공을 떠나 5시간 차로 질주한다.

밀림 깊숙이 들어가 아담하게 자리 잡은 수상 식당에서 식사 후 미국과 베트남의 치열한 정글 전투로 유명한 이 곳 수로를 쪽배에 의지해 지난다. 전쟁시 공산당 1인자 및 2인자들의 숙소와 벙커 집회장소 등을 견학하고 오후 6시에 캄보디아가 보이는 차우독 마을에 도착했다.

드넓은 벌판에 유일하게 서있는 260m인 삼(參)마운틴에 올라 베트남과 너무 비교되는 캄보디아의 땅을 굽어보며 저 멀리 풍요로운 아열대의 야자수 밭과 삶의 터전인 논 답들의 물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갈무리한다. 잔잔한 노을에 국경 마을의 고즈넉한 삶터의 정취도 한껏 만끽한다.

일그러진 침묵의 절규’

다음날 메콩강의 유람선에 올라 캄보디아 국경 인접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누런 황토물에 수영하는 검게 그을린 얼굴의 어린이들 고사리 손 환대에 서로 기쁨을 나눈다. 넓고도 긴 강을 거슬러 올라서 110㎞를 스피드 보트로 지나 1시간30분 만에 캄보디아 렉러에 도착, 입국 수속을 마치고 다시 먼지 속 비포장도로를 1시간 30분 가량 질주해 프롬펜 시내에 도착했다.

넓은 분지의 땅은 척박해서 경작지가 별로 보이지 않고 농지정책의 부재로 치수(治水)가 되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은 평야는 거의 황무지에 밀림형태로 변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고난의 땅인 셈이다. 그러나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악조건을 수용하는 인상이다.

5월3일 프롬펜 교외 폴포트 정권의 학살정치 현장인 쯔엉아익 기념관에 쌓아 올려진 해골들을 보면서 4년간의 숙청으로 인해 전 국민 3분의 1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하니 인간이 가진 잔학상의 한계는 어디쯤일까?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하루 종일 침울해진다. 특히 1975년 폴포트 정권이 고등학교를 강제수용소로 이용, S-21이란 이름으로 1만7천명 이상이 학살당한 툴슬랭 박물관은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당시 터졌을 순간순간 절규와 아비규환의 처절함을 무슨 말로 표현하리오? 우울증이 엄습해 말없는 묵상으로 보낸 하루였다.

킬링필드 비극의 유산들. 쯔엉아익 기념관에서….

하루 해가 넘어갈 즈음 생기가 넘치는 중앙시장의 한 모퉁이에 늙은 릭샤꾼들이 7-8명 모여 앉아 전통 찹쌀술로 하루 피곤을 마무리하는데 합석한다. 서로 웃으면서 갖는 나눔의 시간이 다소 마음에 훈기를 준다. 얼큰한 환대와 즐거운 만남으로 굳었던 마음이 녹아 흐른다.

다음날 위대한 호수를 뜻하는 길이 160㎞나 되는 톤레샤프의 강줄기를 따라 8시간 만에 도착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양 최대 크기의 톤레샤프 호수는 대단히 넓어서, 그 광대함에 눌린 나 역시 황토바다 위의 깨알 같았다.

녹조가 낀 강가에 내려 시엠람으로 11㎞를 승합차로 이동, 3일간의 짙푸른 밀림 가운데 세계 최대 유적인 앙코르의 장엄함을 보기 시작한다.

3일간 입장권 40달러로 첫날 앙코르 톰으로부터 여정을 시작힌다.

하늘에 있는 신들이 사는 궁전이라는 왕실사원 피미아나까스.

쿠탈왕국 최 전성기인 12세기 말부터 13세기 초엽에 걸쳐 자야바르만 7세가 축조한 총면적 10㎢, 높이 8m, 길이 12㎞의 성벽도시로 호(湖)로 둘러싸고 내부에는 왕궁과 사원 등 80개가 넘는 석조 유적으로 그 중심에 바이욘 사원이 있다.

49개 첨탑의 상부에는 관세음보살의 사면상으로 수효는 196개, 경건한 크메르의 미소는 빛에 따라 200여종 이상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코끼리 테라스 및 쁘레아 빨리라이의 불교사원, 문둥이 왕의 테라스를 거쳐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축조한 따프롬사원에 도착한다. 당시 이 사원에는 2천700여명의 스님이 거주했고, 3천여개 마을이 이 산하에 있어 재산이 금 500㎏ 및 35개의 다이아몬드, 4천여개의 진주들을 소유했던 거대 왕권을 상징했다고 한다.

빛에 따라 400여개의 미소가 생기는 바이욘의 미소.

그 바탕에 여유로움과 강력한 신앙이 흘러 만들어진 결정체인 사원은 거대한 역사의 흔적과 함께 장엄한 유적으로 남아 여행자의 감동을 자아내고 탄성으로 남는 것 같다.

따프롬 사원-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톰을 만들기 전에 어머니를 위해 건립한 불교사원. 따프롬은 ‘브라마의 조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