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남정치인가 본사 사장 nam48@kjdaily.com

2015년 05월 06일(수) 20:21

요즘 ‘호남정치’가 뉴스 초점이다. 새로운 시사용어의 등장이라고 한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리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선택하자 호남발 정개개편 신호탄이라고 야단들이다. 신당 창당을 서둘러 예단하기도 하고 야권의 분열을 점치기도 한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전략적 실패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 정통성의 근원지인 호남에서 버림받고,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 외면 받으며, 전략적으로도 철저히 실패했다.

광주시민은 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등을 돌렸나. 천정배 의원에 대응할 새로운 얼굴로 선거구도를 짜지 못해 계파공천 비판을 받은 공천실패,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 정권심판론에만 의존하여 주민들의 마음을 놓치고 야권의 표로 흡수하지 못한 전략부재,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는 대책 없이 호남에서는 당 공천이면 된다는 안일함과 야권 분열, 무엇보다 핵심 원인은 호남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선거기간 중 광주는 물론 호남의 여론은 ‘이대로는 안된다’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야권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 실어달라’는 말 외에 별다른 묘책이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호남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호남정치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현대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끊임없이 비하와 상대적인 평가절하의 대상이 돼왔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의 의미이며 호남정치가 새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호남이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했던 이유는 호남의 정치적 요구를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호남의 세가지 질곡, 구조적인 경제 낙후, 공공과 민간 분야의 심각한 인사차별, 사회 전반의 차별와 인권 해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도 해결 의지가 없었다. 호남의 정치적 자산만 독점했을뿐 호남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었다.

호남정치가 꼭 다시 부활해야 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호남인이 그동안 정치에 걸어왔던 희망의 부활, 둘째 한풀이가 아닌 새시대를 여는 정치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남북화해, 지역평등을 주도한 호남정치가 변화의 주역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가 직면한 희망의 상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의 주역으로 나설 세력은 호남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호남정치는 호남만의 권익 찾기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호남이 소외되고 저주와 증오 왕따의 대상이 되며 호남의 정치적 선택이 말도 안 되는 비하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 정치의 정상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라 보기 때문에, 호남정치의 정당한 위상 찾기를 얘기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와 더 나은 삶을 바란다면 우리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현 정치구도에 균열을 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1당과 제2당 중간 언저리에서 신당이란 걸 창당할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는 정당이라는 중간 매개자를 거치지 않고 시민이 직접 의사 결정하는 정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의사결정 방식은 이미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들이 채택되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의 적대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의사결정 단위를 작게 만들어 시민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지역정치와 지역정당’이 가장 합당하다.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고 그 의견에 따라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당이 전국에서 활성화되고 그 정당들이 연대할 때 기존 적대정치의 무책임과 무능을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가 가능해진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호남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호남의 소외와 경제적 낙후 극복’ ‘ 한국 정치의 변화’를 위해 절실해졌다. 만약 올해 호남정당이 성공한다면 호남을 구할 뿐 아니라 한국정치를 바로 세우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선도할 개혁정치세력으로 지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정치의 선례가 될 것이다.

과거 수많은 정당이 나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들 정당은 몇몇 정치인들이 일시적으로 선거에 뛰어들기 위한 목표로 급조했기 때문에 그 중심에 정치적 가치나 이념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을 설득하고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호남의 새 정당이 정말 대안 역할을 하려면 먼저 강령을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강령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핵심 결사체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창당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창당 작업이 이루어진 뒤에는 내년 20대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총선에서 상당한 정치세력을 확보하고 소속의원들의 활동과 정치적 내용을 통해 국민 지지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지지를 통해 대선에 참여하고 집권을 위한 실천 계획을 만들 수 있다. 새 정당은 기존 정당에 비해 당의 역사가 짧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이 오래됐다고 해서 집권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짧다고 해서 집권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당의 역사가 문제 아니라 어떤 정당이며 그 그릇에 무엇을 담고 있으며 그 그릇을 통해 어떤 정치적 실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집권 로드맵이 분명해야 한다. 대안정당은 올해 안에 창당해야 하고 내년 20대 총선에 참가해 구체적이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이것이 호남이 집권할 수 있는 로드맵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다.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