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직접 증언 9일 광주청소년문화집서 김한수·공재수 옹 등 3차례 실시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2015년 05월 06일(수) 20:38

“한 놈은 여기(얼굴)가 홀랑 다 타버렸는데, 뭘 매길라면(먹이려면) 입을 벌리지 못해서 참대(왕대)를 잘라서 입에다 넣어가지고 그 참대에다 밥을 이렇게 쑤셔 넣었어요. 근데 먹어야 사니까 억지로 매길라고(먹이려고) 그러니깐, 싫다는 거예요. ‘이 자식아, 넌 먹어야 살아! 먹어야 살아서 같이 나가지. 이놈아!’ 그러면서….”

공재수 옹 (규슈 아소탄광 동원)

김한수 옹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 동원)

최근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일 간 역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으로 끌려가 혹독한 강제 노역의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직접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한다.

6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오는 9일 오후 2시 광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김한수(97·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 동원) 옹과 공재수(92·규슈 아소탄광 동원) 옹의 증언을 시작으로 3차례에 걸쳐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초청해 그동안 말하지 못한 강제 동원의 실태를 증언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번 증언에서는 ▲강제 징용 ▲원폭피해자 ▲근로정신대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등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을 당하거나 아직 사건 규명조차 되지 않은 피해 당사자와 유족들이 나서 일제에 의해 당했던 고통을 직접 들려 줄 예정이다.

특히 일본정부는 ‘근대화에 공헌한 산업유산’으로 미화시켜 나가사키(長崎) 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와 다카시마(高島) 탄광,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 등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현장과 시설물 등 28곳을 오는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에 오는 9일에는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에 동원돼 구사일행으로 목숨을 건진 김한수(97) 옹이 직접 증언에 나서 그때의 참상과 고통을 토로할 예정이다.

일본정부가 추진 중인 유네스코 등재 산업유산군에 포함된 나가사키조선소(미쓰비시중공업)는 태평양전쟁 시기 전투함과 어뢰 등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된 곳으로, 최대 4천700명이 동원됐다가 원폭으로 인해 수많은 조선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어 오는 16일에는 나가사키 사세보 탄광에 동원돼 채탄부로 강제노역을 겪은 박사영(92) 옹, 같은 현장에 동원돼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김창렬(81) 옹이 증언에 나서며, 31일에는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을 초청해 피폭으로 대물림 고통을 겪고 있는 실태를 들을 예정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이제 당시의 아픔을 증언할 피해 당사자마저 이미 90세 안팎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당사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는 기회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며 “특히 아베 총리와 일본정부의 역사왜곡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를 살펴 볼 수 있는 가장 생생한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다음달 3일-7일까지 3박4일 간의 일정으로 나가사키 일대 일제 강제노역 주요 현장을 둘러보는 현장 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