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간’ 잘 보내셨습니까? 김종민 지역사회부장

2015년 05월 11일(월) 20:15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한 그루의 사과를 심어야 할까,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지켜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 절정으로 다가가고 있다. 남도의 주요 관광지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몰려 즐거운 비명이다. 지난 한 주는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이 함께 있는 말하자면 ‘가족주간’이었다.

여행이다, 외식이다, 선물까지 마련해야 하고 지갑이 더욱 얇아지겠지만, 행복의 깊이는 더욱 커지는 즈음이다. 지난 주말 동네 뒷산에 올랐다. 초록빛이 진한 자연을 여유롭게 즐기는 한 가족의 모습,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잘 보내셨습니까?” 묻는다.

전국 봄 관광주간(5월 1일- 14일)은 국민들의 문화와 여행이 있는 삶을 만들고자 지난해부터 추진된 정책이다.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초·중·고교가 단기방학 및 자율휴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여행가기 딱 좋은 계절, 온 가족 참사랑을 확인하러 손잡고 떠나라는 얘기다.

여수 아쿠아플라넷, 곡성 기차마을 등 전남 도내 관광지를 비롯해 숙박업소, 음식점에서 입장료와 이용 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 주며 경제적인 즐거움까지 제공하고 있다.

전남도는 관광주간 동안 광역 순환버스를 활용한 ‘남도의 구석구석을 남도 한바퀴 타고!’를 대표 상품으로, 더불어 22개 시·군별로도 각각의 상품을 선보였다. 온통 축제가 이어지고 있고, 가족 단위 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앞서 전남도는 5월 정례조회에서 3대 이상 모여 사는 대가족 직원을 격려, 눈길을 끌었다. 4대 이상이 2명이고, 3대가 함께 사는 직원은 49명으로 은수저세트를 전달한 바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화목을 바탕으로 동료 직원과 도민까지도 따뜻하게 보살피는 공직문화가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였다고 한다. 한 직원은 “처 할머니, 장인, 장모와 함께 살아 오히려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또 어른을 모시는 예의범절까지 배울 수 있어 교육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행복해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광주간을 ‘농촌관광 가족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도농교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관광주간’이나 ‘가족주간’이나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요즘 급격히 해체돼 가는 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이라고 특정할 순 없으나, 독신자들이 늘어나고, 이혼 등으로 싱글족도 증가 추세다. 기본적으로 혼자가 아닌 둘 이상으로 형성된 집단을 가족으로 규정할 때 일부분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사회문제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막말과 반말, 욕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일이 비일비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나친 인신공격이나, 19금 성적농담까지 상대방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고, 불쾌감을 던져 준다.

나날이 분화되는 가족에서 아이들의 기를 살려준다는 명분 아래 떼를 쓰고 함부로 해도 오냐 오냐, 기본적인 예의와 염치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급기야 부모 공경의 효 사상까지 희미해지고,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 지 오래다. 추락하는 동방의 예의지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우울하게 만드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 초 종영한 드라마는 커가면서 이기적으로 된 자식들을 향해 아버지가 내놓은 불효소송을 중심으로 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전했다. 때로는 웃음을, 또 때로는 먹먹한 감동을 주며 국민드라마 수준에 올랐다.

우리 경제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가장으로서 세상살이가 참으로 고단하기만 하다. 남들 다 떠나는 여행이 한낱 사치로까지 느껴지는 가족도 우리 주변에는 상당수가 있다. 가정의 달이 오히려 의무를 다하지 못해 우울하게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 집에 살면서 서로 기댈 수 있고, 늘 곁에 있어 웃으며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게 가족이다. 같이 있는 것 만으로 충분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여행의 경험 중 82.2%가 가족여행인 만큼,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한 여행 경험이 성인이 돼서도 큰 자산이 된다고 한다. 부부의 날(21일)까지 치면 아직도 열흘 남았다. 굳이 유명 관광지로 나들이 가지 않으면 어떤가. 온 가족 손잡고 동네 뒷산이면 또 어떤가.

행복하고 즐거운 가정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가족의 모습이 앞으로 더 다양하게 변화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1년 중 가장 빛나는 생명의 봄 가정의 달 ‘가족주간’을 외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