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과분할 만큼 착했던 아들, 먼저 보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35주년 오월 광주의 어머니들 <7>박순금씨 5·18때 고교생이던 아들 군부의 총탄에 중상 죽더라도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광주로 이사 14년간 후유증 고통 온몸 파편 박힌채 숨져 ‘원망말고 선의로 살아야…’ 아들 유언 가슴에 유대용 수습기자 ydy2132@kjdaily.com

2015년 05월 12일(화) 20:45

“후유증에 항상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택시기사일 하면서 생활비 보태다 먼저 갔지. 죽을 때까지 몸속에 파편 다 빼지도 못했어.”

지난 11일 광주 남구 백운동의 한 비좁은 골목 사이, 비가 새는 슬레이트 지붕아래 허름한 주택 대문 앞에 한 노인이 서있었다. 바로 35년 전 오월, 군부의 총탄을 맞고 후유증으로 숨진 백두선(당시 광주 살레시오고 2학년·32세 사망)씨의 어머니 박순금(77)씨.

그녀는 수차례 언론을 통해 5·18의 진상을 숨김없이 밝혔지만 정부가 대강 보기 좋은 부분만 골라냈다며 취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35년 전 오월 이야기를 꺼내자, 박씨는 일주일 전 심장질환으로 수술한 부위를 어루만지며 “이제 아픈 감정을 넘어 섰어”라고 첫 마디를 꺼냈다.

두선씨는 35년 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총탄을 맞아 온몸에 구멍이 파이는 중상을 입고 14년 동안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32세의 나이로 숨졌다. 당시 박씨 가족은 장흥에서 지냈으나 장남 두선씨는 학업을 위해 남구 양림동에 자취방을 얻고 혼자 살고 있었다. 박씨는 “두선이가 토요일 저녁이면 장흥에 내려와 일요일 날 올라가곤 했어.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올라갈 때 김치한통만 손에 쥐어줬지. 냉장고도 마련 못해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금방 쉴 김치 한통이 두선이 일주일치 반찬의 전부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도 일주일 후에야 아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당시 광주로 진입할 방법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온몸에 구멍이 파여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집에 어린 자녀들이 있어 간호도 못하고 바로 장흥으로 돌아가야 했다. 박씨는 신원파악확인이 안된 시신을 쓰레기차로 치우던 금남로를 보며 ‘그래도 아들이 살아남아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박씨는 그해 10월 ‘죽더라도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광주에 상경해, 아픈 아들 대신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 두선씨는 다리를 저는 등 후유증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생활에 보탬이 되려고 택시기사 일을 하다 결국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박씨는 “두선이가 죽는 순간까지 아무 원망도 하지 않고 선의로 살기를 바랬다”며 “내겐 과분할 만큼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었다”고 말한 뒤 한참을 침묵했다.

두선씨는 현재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혀있다. 박씨는 “80년대 당시에는 기자가 취재하면 뒤에 형사가 감시하고 있었다”며 “5·18관련 영상에는 악랄하고 무자비한 장면이 빠져 진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니 우리 같은 산증인들의 경험을 모두가 알 수 있게 언론이 노력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가는 본 수습기자를 향해 박씨는 “젊은 기자양반, 항상 선의로 살아야 돼”라며 다시금 아들의 유언을 전했다.

인터뷰 중에도 잠깐씩 기도를 드리던 박씨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다. 매일매일 성경을 읽으며 받아 적는 박씨의 노트 마지막 구절은 마태복음 18장 내용 중 일부였다.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할지니라”

박씨는 20여년 동안 매일같이 아들의 당부를 되새기고 있었다.

/유대용 수습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