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 어불성설 김빈 |
| 2015년 05월 14일(목)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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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23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자, 교육감 직선제 대신 임명제 혹은 지방자치단체장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다수 당선되자, 선거 직후 한동안 직선제 무용론이 거세게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걸음마 단계의 지방교육자치제를 넘어뜨리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민초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지방교육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보완하고 발전시켜야지 후퇴시켜선 안 된다.
지방교육자치제도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 행정제도이다. 첫째, 중앙정부로부터 자치이다. 즉 지역의 교육 사무를 중앙정부가 다 처리하지 않고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혹은 대표기관을 통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둘째, 일반행정으로부터 교육행정이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방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교육행정기관을 구성해서 지방교육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지방자치를 주민의 자기결정이라고 한다면 주민들의 자기결정을 보장하는 방법이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주민은 지방 공동체 문제에 참여함으로써 그 결정을 자신의 결정으로 만든다. 주민들이 지역적인 문제를 결정할 때 참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문제가 타인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주민의 자기결정에 대해 헌법 제1조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해 공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의 원천으로 국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 권력의 민주적인 정당성은 당해 지방자치 단체의 주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뽑게 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완성됐다. 주민들이 지방교육행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확대됐다. 주민에 의한 민주적인 정당성이 보장된 것이다.
교육감 임명제와 지방교육자치제는 맞지 않는 조합이다. 숯가게 주인과 세탁소 주인이 가게를 함께 사용하자는 격이다.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자는 주장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위한 투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 임명제에서 간선제로,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화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담긴 역사적인 성과이다.
교육감 선거제도를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한다고 하는 발상은 헌법에 도전하는 것이다. 교육을 정치판에 예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은 정치권력이나 기타 외부세력의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교육만이 가진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본래의 목적에 맞게 조직·운영·실시돼야 한다.
시·도지사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당 공천을 배제한다. 교육감으로 입후보하려면 정당의 당원이어서도 안 된다. 교육감은 국회의원도 지방의회의원도 겸직할 수 없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것이다. ‘주민 직선’은 지방교육자치의 원리에도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나 교육 관련자들 모두 목전의 이익이나 사소한 이해관계에 집착하기 말고, 역사적 책임의식과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지방교육자치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