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없는 5·18기념식 더 이상 안된다

2015년 05월 18일(월) 20:31

5·18기념식이 35년만에 둘로 나뉘어 치러졌다. 18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는 정부 주관으로 ‘5·18정신으로 갈등과 분열 넘어 미래로 통일로’라는 주제로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여기에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여야지도자, 일부 지역인사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불참한데다 예년과 달리 참석자도 매우 적어 초라한 기념식이 됐다. 그 시각 동구 금남로 옛도청 앞 민주평화광장에서는 5·18기념행사위원회의 주최로 유가족들과 지역민이 참여하는 또 다른 기념식이 열렸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거부와 제창을 수용하지 않은데 대한 항의표시로 별도의 기념식을 열게 된 것이다. 지역민의 바람과 정치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보훈처가 기념곡 지정 반대와 제창을 거부한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기념식이 주인공 없이 반쪽으로 치러진 것이다.

따라서 오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민주묘지의 35주년 기념식은 그 어느 해보다 초라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반쪽 행사의 재연 가능성이다. 5·18기념식이 어제 광주를 비롯한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치러졌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반쪽 행사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정부의 반대는 명분도 약하고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다. 아울러 지역에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와 관철 의지를 상시화 해야 한다. 지역의 힘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념곡 지정과 제창에 대한 당위성을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관철하는 지혜와 의지가 중요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여당 일각에서도 기념곡 지정과 제창에 대한 지역민의 요구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집중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하면 관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칫 어제 기념식을 끝으로 5·18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식어버리면 분명 내년 이때쯤 돼서야 같은 요구가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분열과 갈등의 재연이며, 5·18의 전국화 및 세계화의 취지와도 상충된다. 정부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내년에는 통합 5·18기념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