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해양실크로드 핵심전략 말레이반도를 뚫는 ‘끄라운하’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중국의 신해양실크로드 전략 (1) kjdaily.com

2015년 05월 21일(목) 20:07

중국의 신해양실크로드와 ‘끄라운하’

중국은 지금까지 태평양으로 나가는 운송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동남아에 둘러싸여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를 통하는 해로는 초기부터 미국이 장악해왔다. 따라서 중국의 ‘인도양 운송로’ 확보는 의미가 크다.
만일 ‘끄라운하’가 건설된다면,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말라카 해협을 통하지 않고 아랍과 아프리카와 직접 연결되는 물류망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이점도 있다. 얼마 전 이곳을 다녀왔다.

▶ 몇 백년 전부터 검토되어 온 ‘운하’
‘끄라운하’는 말레이 반도를 관통하는 운하이다. 말레이 반도의 가장 좁은 곳인 태국 춤폰과 끄라부리 사이에 건설될 예정이다. 길이는 약 50㎞ 정도이고, 가장 높은 곳은 해발 75m이다. 끄라운하는 19세기말부터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항로를 없앰으로써,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여행시간과 수송시간을 줄이려는 계획이 자주 제안됐다.

맨 처음으로 1677년에 거론됐다. 타이 ‘아유타야 왕조’의 국왕은 프랑스에 타당성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얻고 포기했다. 그 후, 1793년에 타이 ‘짜끄리 왕조’의 라마 1세 국왕 때 다시 제기됐다. 운하를 만들면 전함으로 서해안을 보호하기 쉽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초반 영국 동인도 회사가 운하 건설에 관심을 가졌고, 1863년 버마가 영국 식민지가 된 다음 실제 탐사가 진행됐으나 역시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882년에는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 레셉스가 이곳을 탐사하려고 했으나, 국왕이 이를 불허했다. 1897년에 대영 제국은 싱가포르 항구의 지리적 중요성을 유지하기 위해 타이와 이 운하를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서쪽의 ‘끄라지협’과 ‘끄라부리강’

▶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2차 대전이 일어난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이 있기 24시간 전, 일본을 출발한 남방원정함대가 ‘끄라지협 상륙’에 상륙했다. 말레이반도 허리를 끊기 위함이었다. 우리 한반도의 인천상륙작전과 동일했다. 그리고 말레이 밀림을 따라 남쪽으로 진격해 말레이반도의 끝에 있는 영국군의 요새 싱가포르를 점령했다.

진주만 공격 전에 영국공군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작전은 100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 70일 만에 끝내버렸다. 이 곳에서 일본군은 막강한 항공력을 과시했다. 영국 전투기가 이륙하는 순간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블렌하임 1대만이 이륙했으나, 그마저도 일본기의 공격을 받고 논바닥으로 추락했다.

동쪽의 ‘랑수안 강’과 ‘춤폰 항구’

▶ 코사무이 휴양지로 가는 관문 ‘춤폰’

끄라운하 가는 길은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방콕에서 463㎞ 떨어져 있어, 방콕 돈므앙공항에서 매일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었다. 춤폰주의 주도이기도 했다. 춤폰이란 의미는 ‘군사기 모인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름에서 전략적 요충지임을 알 수 있었다.

춤폰은 여행객들에게는 꼬따오, 꼬팡간, 코사무이로 가기 위한 관문이었다. 특히 꼬따오 지역에서 다이빙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춤폰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꼬따오는 밸르 타지 않고 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 태국에서 가장 강습비가 저렴하게 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깨끗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사무이 섬은 ‘코사무이’라고도 불린다. ‘태국 속의 작은 유럽’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유럽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도시의 서쪽의 푸켓산맥은 산이라가 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구릉이었다. 더욱이 동쪽 타이만에 면한 곳은 더 평평했다. 파또 군에서 발원한 ‘랑수안 강’은 조금만 정비하면 바로 운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춤폰 항구에서는 지역의 주산물인 어패류·과일·목탄·주석 등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었다. 운하의 동쪽 끝인 춤폰에서 동쪽 해안인 끄라부리까지 포장된 잘 정비된 도로가 뚫려 있었다.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운하 서쪽

서쪽 해안은 ‘라농’지역이었다. 태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주란다. 서쪽으로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뻗은 푸껫산맥을 따라 끄라지협이 내륙 깊숙이 발달해 있었다. 이곳에는 끄라지협이 내륙 깊숙이 발달돼 있어 운하건설에 안성맞춤이었다. 내륙으로 60㎞나 벗어 있었다. 지협의 가장 좁은 곳의 폭은 44㎞, 해발 고도는 75m이다. 끄라지협이라는 이름은 안다만 해의 후미인 팍찬 강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끄라부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끄라부리강 국경 바로 앞에 있는 거북이 상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 이곳에서 이 금빛의 거북이를 잡아 왕에게 받쳤는데 왕이 이 거북이를 받친 사람에게 이곳지역의 땅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설화를 토대로 건립한 조형물이란다.

하천이나 호수 근처에 수상가옥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일종의 뗏목인데, 약 300만-400만원이면 짓는다고 한다.

꾸라지협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끄라부리강이 북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강줄기는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을 이루고 있어 군데군데 미얀마 초소가 있었다.

태국쪽은 습지를 이뤄 거대한 맹그로브숲이 형성돼 있다. 이곳은 ‘람남끄라부리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었다.




▶ 엄청난 파급효과 기대

현재, 이 운하가 건설되면 말레이시아의 끌랑(Klang)과 싱가포르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따라서 두 나라가 태국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해서 방콕의회에서 이 운하계획에 반대하는 표를 던지도록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운하건설과 관련해, 태국의 탁신 총리는 “태국인 모두에게 황금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거대 자본을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는 이를 ‘중국의 신해양실크로드 핵심전략’이라 여긴다. 중국은 지금까지 태평양으로 나가는 운송로밖에는 확보하지 못했다. 동남아에 둘러싸여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인도양 운송로’ 확보는 의미가 크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말라카 해협을 통하지 않고 아랍과 아프리카와 직접 연결되는 물류망을 갖게 된다. 중국의 무역규모는 1조 달러, 원유 수입량은 1조t을 넘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이점도 있다.




▶ 한국 기술에 의한 ‘레일 운하’ 추진

중국의 야망에 곁들여, 우리나라도 여기에 끼어들고 있다. 2014년부터 우리나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레일운하(Rail-Canal)’ 기술을 이곳에 적용하는 협상을하고 있다. 비용은 끄라부리(Kra Buri)에서 므엉춤폰(Mueang Chumphon)을 잇는 노선(총 51㎞)에 약 3조3천830여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레일운하는 여러 가닥으로 이뤄진 철도 레일을 이용해 육로로 대형 선박을 통째로 실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다.

레일 운하는 기존 운하보다 비용이 싼 데다 공사기간 단축도 가능해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여객선, 유조선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 운반이 가능하다.

태국은 그동안 정치적 문제로 운하 건설을 꺼려왔다. 운하 건설로 인해 남북으로 국가가 단절될 경우 반군 세력 등의 진압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레일 운하의 경우, 육로 상에 레일을 매립·설치하는 방식이어서 태국 왕실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전남대 지리교육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