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토 균형개발’ 헌법 의무 준수해야

2015년 05월 21일(목) 20:23

최근 박근혜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심상치 않다.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대책 456개 과제 중 139개 과제가 수도권 규제완화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9개 과제 중 31개는 직접 관련이 있으며, 108개 과제는 간접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절차 간소화 조치’를 발표해 지방경제가 더욱 고사위기에 처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추가 논의 중인 4개 과제는 비수도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기요틴(단두대)과제로도 선정된 4개 과제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 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이다. 이에 비수도권지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광주상공회의소는 20일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비수도권과의 동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지역 균형발전정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주와 전남의 투자유치는 직격탄을 맞아 공동혁신도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장거점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예상은 불을 보듯 명백한 것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하나 전체 인구의 49.5%가 거주하고 있다. 또 경제활동인구의 50.4%, 지역 내 총생산의 48.9%, 총예금의 69.6%, R&D 고급인력의 61.3%, 매출액 1000대 기업의 70.4% 등 국가경제의 핵심기능이 집중돼 있다. 반면 광주·전남은 수도권에 비해 경제활동인구와 지역 내 총생산은 8분의 1, 총예금과 R&D 인력은 21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헌법 제122조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에 관한 필요한 의무를 과할 수 있다.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져야 한다. 이 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위해 비수도권이 자생역량이 확보될 때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속하는게 바람직하다. 지방이 살아야 국토의 균형발전이 이뤄지고 나라의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백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