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안타까운 노부부 ‘동반 죽음’ “홀로 남아 고통의 삶 보낼 배필 두고 죽을 수 없어” 극단 선택 ‘퇴색해 가는 효도사상’ ‘암울한 핵가족 사회현상’ 투영한 현실 요양원 입원 앞둔 70대, “남편 살해 후 자살”…외로움·병환 고민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2015년 05월 31일(일) 20:19

자녀를 출가 시킨 후 외로움이나 노화로 인한 질병 등으로 노부부가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나홀로 죽음이 아닌 동반자살은 가족붕괴를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 문제화 되고 있어 보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3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밤 8시17분께 광산구 모 아파트 A(76)씨의 집 거실과 작은방 침대 옆에서 A씨와 아내 B(73)씨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의 발은 끈으로 묶여 있었고 목에서는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B씨는 구토한 흔적이 있었으며 침대에는 B씨가 먹은 것으로 추정하는 극약이 들어 있는 통 4개가 놓여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온종일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자녀의 연락을 받고 인근에 사는 B씨의 남동생이 119구조대와 함께 잠근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부부를 발견했다. A씨는 40년 전 사고로 화상을 입어 양팔을 잃었으며 B씨는 40년간 장애인인 남편을 돌보다 최근 건강이 악화하며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별다른 직업 없이 장애 수당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살아왔으며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자녀와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아왔다.

부부는 최근 자녀와 논의 끝에 33평 아파트를 팔고 조만간 요양원으로 옮겨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최근 건강이 악화하고 우울증까지 심해지면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몸이 불편한 남편을 혼자 두고 죽을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29일 해남에서는 한 가정집 안방에서 C(84)씨와 C씨의 부인(85)이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며느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 C씨의 부인은 이미 숨져 있었다. 목포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C씨도 같은날 오후 6시께 치료를 받다 숨졌다.

C씨는 최근 말이 어눌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초기 치매증상을 보여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부인도 초기 치매증세를 앓고 있었고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노부부가 질병이나 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을 앓으며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녀가 결혼 등으로 출가한 후에는 의지할 곳이 배우자 밖에 없어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적극적인 사회안정망이 요구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100세는 자녀들이나 스스로 힘들기 마련이다”며 “자녀 출가 후 대부분 부부끼리 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노부부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