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 무더위보다 뜨거운 배움의 열정 광주 북구 누문동 ‘광주평생희망교육원’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
| 2015년 06월 01일(월) 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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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1시 30분께 광주시 북구 누문동 ‘광주평생희망교육원’ 희망학교 개나리반.
머리가 희끗한 학생들 15명이 옹기종기 앉아 산수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강의에 열중이다. 손자들에게 얻어온 공책과 연필로 칠판에 적힌 문제를 연신 풀며 대답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 모습이다.
이른 폭염으로 인해 한낮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도 만학의 즐거움에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손 부채질로 더위를 쫓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15명의 할머니들은 평균 나이가 70세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학구열을 보였다.
수업이 시작된지 1시간 후, 고령인 학생들의 지친 모습이 역력하자 선생님이 10분간 휴식을 갖기로 했다. 조용히 수업에 집중하던 할머니들은 공부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과 수다에 열중했다. 간식으로 싸온 과일과 떡·음료 등을 나눠먹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모르는 문제에 대해 서로 묻는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느 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은 1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수업이 다시 시작됐다. 더위와 식곤증 때문이었을까 학생들의 졸린 모습에 선생님은 빙긋 웃으며 맨손 체조를 제안했다.
할머니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인지 체조인지 분간이 안 되는 ‘덩실덩실’ 손체조에 흐뭇해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장정순(70)할머니는 “집이 농성동인데 양동시장까지 지하철을 타고와 20분 넘게 걸어 온다”며 “동료들과 배움을 함께 한다는게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장 할머니는 이어 “증손주가 태어나면 배운 한글로 동화책을 읽어줄 것이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교사 이혜경(43·여)씨는 “다른 일을 하다가 희망학교 봉사를 알게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식으로도 충분했지만 더 체계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어 방통대를 진학해 대학을 졸업했다”며 “경제적인 동기부여보다 이 공동체 속에서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것이 뿌듯했다”고 미소 지었다.
희망학교 정재승(51) 기획실장은 “이른 더위 속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잊지 않는 어르신들 모습에 우리도 덩달아 힘이 난다”며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사 대부분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어르신들께 양질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투철한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희망학교를 지탱해주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해주는 강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희망학교는 지난 1968년부터 47년 동안 이어온 유서 깊은 봉사 단체로 배움에 목마른 고령자들의 문해 교육을 위해 힘써온 단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 인정, 성인문해교육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