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개인정보’ 관리 외면하는 광주시 균형발전 ‘천만인 서명운동’ 서명부 관리자 없이 방치 목표 채우기만 급급…서명부 사진 찍어도 제재 없어 유대용 수습기자 ydy2132@kjdaily.com

2015년 06월 02일(화) 20:36

광주시가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광주지역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명부를 길거리에 방치해 시민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4월28일부터 이달말까지 광주 시민의 38.5%에 해당하는 57만명을 목표로 시·구청 및 동주민센터 민원실은 물론 지하철역, 광주송정역, 광주공항, 유스퀘어(광천터미널) 등 다중 집합장소에서도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광주시민의 서명은 14개 비수도권 시·도를 대표해 강원도 주관으로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몇몇 다중 집합장소에는 관리인 없이 서명부만 비치돼 시민의 개인정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성명부에는 성명과 함께 명확히 주소지를 기입한 시민도 많아, 악용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도산역. 이곳에는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천만인 서명운동’ 서명부가 비치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서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명의 시민이 성명과 주소를 함께 기입해 지역균형발전에 힘을 모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본보 기자가 서명부를 들추거나 사진을 찍어가도 이를 제재할 관리인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날 광주공항 내 1층 로비 역시 테이블위에 서명부만 놓여있다. 서명부엔 시민의 성명과 주소가 고스란히 적혀있다.

공항 이용객이 몰리는 도착장 입구 우측에 자리를 잡은 부스엔 빈 의자만 보일 뿐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다.

시민 김모(52)씨는 “지하철 타러왔다가 지역발전이라는 문구가 보여 서명부에 사인하려했다”며 “정작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광주시라는 표시만 서명부에 있을 뿐 앞선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가 다 공개 돼 서명하기가 꺼려졌다”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처럼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 4항에는 ‘개인정보의 처리 방법 및 종류 등에 따라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과 그 위험 정도를 고려하여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광주시는 목표 서명인 수 채우기에만 급급할 뿐 개인정보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 한 관계자는 “광주시 본청 사업소, 직속기관, 5개 구청 및 산하 동사무소, 공사·공단, 자원봉사센터 등 수십개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많은 기관 및 단체에 자율적인 협조로 진행되는 만큼 엄격히 관리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유대용 수습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