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에서 만난 외국인 청년의 속내… ‘위대한 코리언’ 미래의 희망을 보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47> 라오스 청정 자연속에서 鄕愁를 느끼다 kjdaily.com

2015년 06월 03일(수) 20:13

박종석 作 ‘라오스 메콩강변의 탐상마을 풍경’

국민들만 한숨을 쉬고 책임과 반성 없는 정치인들이 들끓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엊그제 시절이 떠오른다. 바로 IMF가 터진 후 아시아의 용(龍)들 중 한마리인 우리나라가 진흙탕 속으로 떨어져 좌초됐던 때이다. 국치(國恥)였던 순간이다. 그러나 IMF 수습과정에서 개인의 재산인 금(金)을 선뜻 국가에 기증해 경제 회생에 일조한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명실 공히 대한민국 기적의 일화인 셈이다.

라오스 탐상마을 레프팅 중에….

4박 5일 간을 라오스 방비엔에 머물 때이다.

자연과 사람이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오지 시골마을에 도착한 우리 일행 다섯사람은 3일 일정의 투어를 신청했다.

우리는 오염되지 않은 긴 강줄기를 타고 수십㎞를 라이프 재킷을 입고 카약을 타고 노를 저으며 계곡의 굽이치는 파도에 적응하다가 점심은 이름모를 어느 강변 모퉁이에서 바나나 잎으로 싼 꼬치 구이식 과일과 라오스식 김밥으로 해결했다. 오후에는 강을 따르는 신나는 전진과 함께 상대 카약 뒤집기와 동료들 물 먹이기 등을 즐겼다. 동심 가득한 마음으로 하루해가 넘어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은 밀림의 산을 트레킹을 하는데 나물이며 약초를 캐서 하산하는 인근 마을의 어린 처녀들과 마주쳤다. 깊은 숲과 정글을 헤치며 오랜 시간 걷고 또 걸으며 원시 자연을 만끽하고 정상에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산한다.

몇 가구 살지 않은 동네 옆의 동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물줄기가 사라진다. 그 입구의 계곡에서 수영을 하고 오후에는 천둥 번개가 치는 비를 피해 전통가옥에서 석식을 마친다.

‘라오스 메콩강의 황토물’

기암괴석의 형태를 닮은 작은 산들이 중국의 계림을 닮았다. 붉은 황토밭은 전라도 어느 남녘과 닮았다. 영롱한 별빛이 하늘을 수놓은 밤에는 여기저기 반딧불이가 출몰한다.

천연의 원시마을의 노변 나무탁자에서 망고주스를 마시며 캠프파이어를 곁들어 노래도 부른다.

가이드 칸은 라오스 가요를, 우리는 아리랑부터 흘러간 옛 노래까지 부르니 달도 훤하게 비추는 청명한 공간에 노래 소리가 가득하다. 이곳 탐상마을에서는 한 채에 50만원이면 시골집을 소유할 수 있단다. 누런 황소가 우리와 거의 흡사한데 정지용의 시 ‘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늦은 밤이다. 현지 가이드 칸과 함께 거리 주점에서 영국청년들과 합석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국에서 온 청년이 “한국은 위대한 나라다. IMF때 개인의 재산인 금(金)을 자진해서 국가에 기증한 것을 보고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대단했다”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성의 결집력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청년들의 의식수준과 도덕성은 앞으로 일본보다 더 앞설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탐상 마을’

우리나라 국민성 가운데 어느 부분은 급하지만 어려울 때 힘을 모아 국가를 생각하는 결집력과 부지런함은 칭찬 받을 만하다.

취기가 올라 야심한 시각에 헤어졌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소수 유럽청년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듣고나니 흐뭇했다.

사실 외국에서 힘든 여행을 하며 안목을 높여가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면 그들이 애국심과 자기 가치관을 잘 숙성시켜간다는 기쁨도 느끼곤 한다. 젊은 대학생들이 스스로 벌어 여행하며 지혜를 쌓고 가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