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매우 엄중한 상황, ‘심리 방역’에 나서라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06월 03일(수) 20:21

필자가 10일전 문자를 통해 ‘광주매일신문뉴스속보’에서 ‘메르스 주의’를 내보낼 때까지만 해도 지역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가 메르스(MERS)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고 무엇인지 몰라서, 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란 부재를 달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메르스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듣게 될 정도로 온 국민이 무서워하는 단어가 되었다. 메르스 사망자가 잇따라 나온 데 이어 3차 감염 사례들까지 드러나면서 국내 메르스 확산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는 지금 메르스를 잡느냐, 메르스에 잡히느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더군다나 7월에 광주하계유니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있는 광주는 더욱 공포가 크다. 광주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외국인이 입국하는데다 다른 지자체 교류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6월 안에 메르스를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광주유대회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자, 그렇다면, 광주 입장에선 6월 안에 메르스가 정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3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30명으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이 격리·관찰하고 있는 대상자가 1천312명으로 하루만에 573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가 2명으로 늘어나고 100여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에도 확진 환자가 나와 전주까지 내려오면 큰일이다. 광주·전남 침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느닷없이 나타난 낯선 전염병에 국민들은 화들짝 놀라고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애초 SNS와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확산되던 불안감은 어느덧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한 ‘패닉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메르스와 관련된 각종 음모론과 피싱과 스미싱 관련 문자 메시지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어서 온라인을 통한 국민적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부가적인 사회·경제적 손실도 우려된다. 여행업계도 초비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취소가 속출하고, 국내 여행객들마저 유명 관광지로의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 광주·전남도 여행사마다 예약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선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단체 야외 학습도 미루고 있다.

큰일이다. 결국 이변은 없었다. 예고 없이 터진 사건사고나 전염병에 우리 정부는 맥없이 또 무너졌다. 잘 대응했다면 조기 진화가 가능한 재앙을 키운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의 안이하고 무지한 대처. 둘째, ‘나는 괜찮을 것이다’ 생각한 안이한 시민의식. 셋째, 여러 환자가 한 공간을 공유하여 진료를 받는 한국의 의료 환경 특성 때문에 ‘메르스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것이다.

급기야 정치권과 청와대까지 총력전에 나섰다.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라,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세월호보다 경제 충격이 크다,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하라, 위기수준을 주의에서 경고로 격상하고 국가재난수준으로 대응하라,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이제야 정치권은 방역체계의 구멍과 당국의 무능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적 불안, 공포,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해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에서 목격한 그대로 아직도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헤쳐 나갈 컨트롤 타워를 구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구촌에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증상, 경로를 파악해 대책반을 만들고 자기 나라로 들어 올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을 갖춰놓는다. 일본의 경우 일반 병의원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보건소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고 의심환자를 환자들의 내원이 거의 없는 저녁시간대에 오도록 해 별도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6월 메르스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 뒤 곧바로 매뉴얼을 만들고 대비했다. 조만간 미국으로 번져 올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대비책을 마련한 뒤 신속하고 짜임새 있게 대처한 것이다. 우리도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매뉴얼을 만들어 두었다. 미국의 매뉴얼을 참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뉴얼의 활용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염병은 과정과 결과에서 지극히 정치적이다. 모두에게 번져가고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국가 전체가 공포에 사로 잡힌다. 더구나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은 대처가 어려운 만큼 국민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대책이 마땅치 않으니 당연히 정부와 정치권을 주목하게 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이 정치권과 정부에게 뭔가 해줘야 하지 않나 하고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정치 지도자로서는 민감하고 신속히 다뤄야 할 긴급한 정치 사안이다.

이제는 전쟁처럼 해야 한다. 전쟁 때 펼치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병력)과 물자(무기)를 다 동원해야 한다. 만약 메르스가 광주유대회가 열리는 지역공동체로 확산된다면 국제대회 실패는 물론 사회적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염병은 단지 환자가 발생하고 죽고 하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감염병은 국가 안보 차원이다. 감염병의 대유행은 경제와 문화, 도덕 등을 무너뜨린다. 대한민국호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민관합동 대책반을 모두 가동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의료진이 접촉자 확인과 의심자 관리 실패, 당국·의료기관 간 엇박자 공조 등 미진했던 부분을 이제라도 재점검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확고한 리더십으로 메르스를 조기진화하고 ‘심리적 방역’에 나서지 못하면, 정치불신 고조로 이어지고 사회불안 가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을 명심하라./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