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과 白…‘線’을 위한 아다지오 서양화가 정상섭씨 개인전 30일까지 LH휴랑갤러리 흑백 선만으로 자연·삶의 생동감 담은 드로잉 눈길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6월 08일(월) 19:47

정상섭 作 ‘무위자연’

흑백의 간결한 ‘선’ 하나만으로 새긴 자연풍광인데도 생동감이 넘친다. 절제된 흑백의 강약이 빚어낸 여백에는 경쾌한 바람과 만물의 춤추는 생명력이 스며있다.

콘테 하나로 그려낸 드로잉으로도 이렇듯 살아 숨쉬는 자연의 숨결을 오롯이 포착해낸 것이다.

오는 30일까지 광주시 서구 LH광주·전남본부 휴랑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정상섭씨의 작품 이야기다.

그의 21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장에는 드로잉 20점과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소품 10점 등 30여점이 내걸려 있다.

정 작가는 전시 문패에 ‘선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Drawing)’라 새겼다.

작정한 듯, 그는 여행의 추억과 자연이 주는 귀한 영감을 선의 다양함과 강약으로 형상화한 작품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조용하고 느리게’ 혹은 ‘평온하고 여유 있게’란 뜻의 음악적 표현인 아다지오처럼 그의 드로잉들은 마음 깊은 곳의 감성을 차분히 자극한다.

드로잉 ‘섬.섬.섬’에선 옹기종기 모인 가구들 사이로 바다내음이 흩날리고, ‘동산의 추억’에서는 여정을 실은 꽃잎들이 온천지를 뒤덮었다.

또 작품 ‘무위자연’은 마을과 산보다 더 큰 나무 한그루가 따스하게 세상을 품어낸다. 그런가하면 담양의 ‘명옥헌’ 원림과 ‘인도의 추억’과 같은 작품은 여행이 주는 들뜬 감흥마저 선사한다.

정 작가는 “드로잉이란 문체와 공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선, 다시 말해 윤곽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드로잉은 모든 조형예술의 근원이자 회화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아주 중요한 부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드로잉의 간결하고 절제된 선과 흑백의 강약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적 세계는 매우 다양하다”며 “그 참맛을 전하기 위해 드로잉 위주의 전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결한 선 하나만으로 작품이 구성되면서 여백과 함께 압축적 이미지는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수십년 전부터 연극배우로도 활동 중인 정 작가는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출신이다. 광주시미술대전과 대구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정 작가의 작품들은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 문의 062-360-3390.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