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기쁨과 고통…망각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48> 라오스 메콩강 ‘빡우동굴’을 가면서 kjdaily.com

2015년 06월 10일(수) 20:04

박종석 作 ‘빡우동굴’

사자성어 가운데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만나면 헤어지고 또 만날 수도 있고 완전히 못 만날 수도 있다.

중국 곤명에서부터 동행했던 11명이 여행의 끝자락에 와있다. 대식구들이 라오스 메콩강변의 빡우동굴을 가는데 25㎞를 왕복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그리움을 남겨둔다. 여러 가지 생각과 삶의 형태가 다르지만 50여일 함께 숙식하다 보니 먹음직스러운 전주 비빕밥이 간절하다.

라오스 탐상마을 밀림 트레킹 중.

어느새 어울림이 생겨서 호흡이 잘 맞아지고 있는데 이젠 헤어질 시간이다. 석별의 회식을 치루고 그 후 다수가 귀국을 해 최종 3명만 남았다. 헤어진 후 소수는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방비엥 중심가에서 ‘뚝뚝이’를 타고 시골 강변으로 향한다.

김기호 박사와 이미란 여사와 함께 티켓을 끊어 7-8m 정도 길이의 스피드보트에 탑승한다. 선장 한명에 승객 8명, 보트의 폭은 1m 정도로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생명보호를 위한 안전모를 쓰고 라이프 재킷을 입고, 옆 사람과는 밀착하고 앞줄과 뒷줄의 간격도 비좁다. 한 배에 같이 탄 아홉사람은 운명공동체로 긴 시간을 함께 한다. 거칠게 내려오는 황토물을 박차고 쏜살 같이 거슬러 오른다. 육로로 가려면 3일이 소요되는 거리이기에 위험을 동반하고 선장을 믿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라오스 부처님’

무섭게 흘러가는 물살을 헤치며 전진하는 과정에서 맞바람에 내리는 비도 맞는다. 또 녹음이 울창한 산천 경계와 협곡을 보는 재미로 지루함도 달래본다.

가끔 원주민들의 동네를 지나가며 어린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짓의 순간을 서로 즐긴다. 역류를 헤치며 나아가는데 물살이 탱고 리듬에 맞춰 춤추는 무희처럼 요동치친다.

그런가하면 흐르는 강물 위로 사람의 시체도 떠내려간다. 거침없이 부유하며 흘러가는 시신의 운명과 바라보는 사람들의 운명에 관점은 극과 극이다.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불운한 사상자가 수십㎞ 흘러가는 순간이다. 스쳐지나가는 광경이지만 함께 탄 서양청년들도 움찔하며 놀란다. 특히 김박사는 더 깜짝 놀라신다.

‘라오스 탐상마을 정글트레킹’

모든 것이 흐르듯 지나가기에 쉽게 망각한다. 내 몸은 그 자리 그대로인데 공간이동으로 대상은 다르다. 어느덧 소담한 강변 어느 동네에 하선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생리적인 부분도 해결하고 움직일 수 없는 환경이라 몸도 풀고 문명과는 동떨어진 원주민의 생활상도 구경한다. 이동 중에 3번의 하선이 허락된다.

3시간마다 쉬는데 지루함을 발효시키듯 인내가 필요한 정중동(靜中動)의 유람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 지류가 꺾이는 지점에 라오스·태국·미얀마 3국의 경계를 이루는 비옥한 삼각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