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혼 서린 ‘역사의 현장’ 밟다 배진하 광주 남구의원 답사기 광복 70년, 나가사키 일제 강제징용 현장을 찾아서<1>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동행 입국 과정서 수시간 억류…부당한 대우에 씁쓸 곳곳에 강제노동 혹사·원폭 피해 조선인 흔적도 kjdaily.com

2015년 06월 14일(일) 19:47

광주 남구의회 배진하 의원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현장을 찾아 선조들의 한이 서린 역사를 체험했다. 사진은 근로정신대 시민 모임 관계자들과 일본 현지에서 찍은 모습.

올해로 광주 70주년을 맞아 이번달 초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그건 바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의 현장을 둘러보고 온 것. 이 모임에 광주 남구의회 배진하 의원이 함께 해 선조들의 한이 서린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돌아왔다. 본보는 배 의원의 강제 징용의 현장 답사기를 3회에 걸쳐 정리했다. /편집자 註


일제 강점기 강제연행, 강제징용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전쟁과 원폭의 폐해를 느끼기 위한 역사기행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과 함께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나가사키 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특히 일본정부가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인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을 돌아보는 것은, 답사 차원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사명감마저 느껴졌으며,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

나가사키는 쇄국체제였던 에도 시대에 일본 내 최초이자 유일했던 에도막부 공인의 국제 무역항 데지마가 존재했던 항구도시로 이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런 역사적인 경위에서 천주교도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내 3대 가톨릭 주교 중 한 곳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원자 폭탄 투하로 ‘히로시마’에 이어 세계 역사상 두 번째이자 마지막 피폭 도시로 알려져 있다.

◇4시간 억류, 입국부터 막아선 일본=지난 3일 나가사키 공항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답사단 일행은 큰 벽에 가로 막혔다. 입국을 거부당할 뻔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시민모임의 대표를 호출한 나가사키 공항 측은 방문 경위 등을 묻고, “군함도(하시마 섬)등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 중인 지역에 대한 반대나 항의의 행동을 하는 건 아닌가,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입국을 허가할 수 없다”고 했다. 4시간의 억류 끝에 역사기행의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밝힌 다음 어렵사리 나가사키 땅을 밟을 수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땅은 밟았으나 외국인 방문객을 억류시킨 예상치 못한 일본의 행위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국의 국민이 타국에서 이런 처우를 받는 것에 대해 적극 대응치 못한 한국 정부나 영사관 측에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제노동으로 혹사 당하고 원폭으로 죽음을 맞이한 조선인의 원혼이 서린 곳, 나가사키=첫날 일정은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나가사키 평화공원과 원폭조선인희생자 추도비, 현재는 나가사키 대학으로 변한 미쓰비시병기제작소터, 원폭공양탑, 수미요시 터널공장 등을 방문했다. ‘원폭자료관’은 끔찍했던 원폭 피해를 그대로 전시한 곳이다.

피폭 당시의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한 것을 비롯해, 피폭자가 아닌 누구라도 당시의 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갖가지 피폭과 관련된 자료들이 잘 정리돼 있었다. 설명을 도와주신 피폭증언회의 모르구찌 선생은, 원폭 피해 10만명 중, 조선인 1만명이 폭사했다고 했다.

‘나가사키 평화공원’은 원폭 투하 당시 형무소였던 곳이다. 수감자와 직원 등 134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후 일본 각지에서 모인 기부금으로 1955년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평화기념상을 세우고 평화공원을 조성하였는데, 그 평화공원 아래로는 여전히 수습하지 못한 피폭 희생자들의 유해가 그대로 방치됐다고 했다.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 멈췄을 때는, 초라한 추도비 앞에 숙연해졌다. 강제연행 및 징용으로 중노동에 종사 중 피폭사한 조선인과 그 가족을 위해 세워진 추도비는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이 제기하고 1979년 나가사키 원폭 투하 중심지점 부근에 세웠다. 한일정부 모두 외면하고 있을 때, 강제 동원되어 피폭사한 조선인을 기리는 집념으로 추도비를 세운 일본의 양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추도비 앞에서는 간단한 추모의식을 올리고 이국땅에서 외롭게 희생당한 넋을 기리며 묵념했다.

답사 둘째 날, 오카 마사하루 기념 평화자료관, 일본 26인 카톨릭 성인 순교지,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 군함도, 나가사키 시민과 교류회 일정이 진행됐다.

‘오카 마사하루 기념 평화자료관’은 오카 마사하루 목사(나가사키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 대표, 평화운동가)의 삶을 추모하고 그 뜻에 동참하는 분들의 열정으로 건립된 자료관으로 1995년 10월 개관해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황민화 정책, 강제연행 조선인 피폭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남경 대학살 등의 자료들이 전시된 곳이다.

이 자료관은 30여명이 돌아가면서 순수 자원봉사로 자료관 관리 등을 해오고 있는데, 자료관이 알려지면서 교육공간으로 학생이나 시민들의 방문이 잦았다.

다카자네 관장은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아이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깨우치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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