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지역별 맞춤형 대응 필요하다

2015년 06월 15일(월) 20:02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국민의 과잉 공포와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잇따른 국내 여행 취소는 물론 국내에서도 여수 성수기가 다가오지만 벌써부터 소비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야구장 등 다중집합장소 이용을 기피하고 외출도 삼가는 등 일상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헌혈이 급감해 의료기관의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광주·전남의 경우 혈액 재고분이 5일분을 밑돌고 있다.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메르스에 대한 정부 대응의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불신행정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이 국민의 공포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르스 초기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미온적이면서 급속하게 사태가 악화됐고 지금도 여전히 확진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14번 환자는 초기 차단 실패로 70여명이나 감염시킨 ‘슈퍼전파자’가 되는 등 환자 수와 접촉자 증가에 따른 적절한 대응, 맞춤형 조치가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 심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가동됐다면 전국민이 불안에 긴장하고 경기가 꽁꽁 얼어붙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태의 발생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환자 수와 격리자 수 등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제대로 강구했다면 더 효율적으로 차단이 가능했고, 경기에 대한 영향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다른 병원에 대해서는 병동을 폐쇄하거나 격리조치를 하면서도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는 자체 조치에 맡기는 등 메르스 매뉴얼도 무시하는 책임을 방기했다. 또 발생의 진원지와 환자수가 속출함에도 매뉴얼의 지침을 따르지도 않았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삼성서울병원의 조치를 두고 보다가 단계별 조치에서 사태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대응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토대로 환자 수와 발생·경유병원, 경유자 수 등에 따라 맞춤형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괄적인 대응으로 환자 수 등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단계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메르스 확산은 물론 국민들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라도 환자수와 발생·경유병원 등을 고려한 매뉴얼에 따른 맞춤형 대응으로 메르스가 한풀 꺾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