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에 ‘갈 곳 없는 노인들’ 노인 안식처 ‘금남로 4가역’ 정적만 손자들 돌보는 계림동 경로당 ‘쓸쓸’ 구청서 운영 ‘무더위 쉼터’도 한산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2015년 06월 15일(월) 20:24

지난 14일 오후 1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철4가역 쉼터는 평소 노인들로 발디딜틈이 없었지만 메르스의 영향으로 10여명의 노인들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시께 광주시 동구 금남로 지하철 4가역. 평소 같으면 ‘전국노래자랑’을 방청하는 노인들로 앉을 의자가 부족하지만 메르스 여파 탓인지 이날 만은 10여명의 노인들만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노인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기 위해 자주 찾는 지하철역 사랑방이다. TV 시청과 노래, 장기·바둑을 두면서 쏟아져 나오는 왁자지껄한 소음들은 마치 먼 옛날이 되는 듯 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이 끝나자 하나둘 자리를 뜨고 바둑을 두던 두 명의 노인과 훈수를 두는 노인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날 정오께 동구 계림동에 위치한 K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 이곳은 인원 60-80여명까지 기거할 수 있는 동구 관내에서 몇 안 되는 경로당이다. 더욱이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손자를 돌보는 노인들이 대부분으로 손자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경로당에 함께 모여 식사 해결은 물론 담소를 나누던 모습은 일상화 되곤 했다. 하지만 메르스에 영향으로 자취를 감췄다. 놀이터는 한산 한데다, 항상 노인들로 붐비던 이곳 경로당은 자물쇠만 덩그러니 채워져 있었다. 경로당 앞에는 메르스가 진정될 때까지 열지 않겠다는 안내문만 문 앞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비슷한 시각, 서구 농성동 농성역. 이곳에는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지원한 ‘큰 광장 체육교실’ 프로그램이 있어 평소 많은 지역민들이 찾고 있다. ‘배워서 남주자! 즐기자! 행복하자!’는 슬로건으로 레크리이에션과 예술 행사가 간간히 열리면서 그동안 어느 공간 못지 않게 활기찬 공간으로 거듭났지만, 이날은 지하철을 타러 지나는 시민들만 간간히 보일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더욱이 인근 농성공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힘없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인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메르스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 야구장, 공연장에 발길이 줄어든 가운데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소박한 장소들은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더위 쉼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는 각종 냉방시설을 갖춘 탓인지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행정기관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좀더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노인들 역시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구 계림동 쉼터에서 만난 이길자(77·여)씨는 “메르스가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자식들이 경로당에 못가게 한다. 경로당(무더위 쉼터)에서 더위도 피하고 친구들과 점심먹고 노는게 유일한 낙이었는데…”라며 “가끔 노인들 중 사람이 너무 많으면 사정이 있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정자(75·여)씨는 “다가구 주택 근처 경로당은 고령의 독거 노인들이 많이 살고 메르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설사 안다 해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면서 “언제 이 사태가 진정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에 대한 간판, 안전점검 일지 등은 점검하고 있었지만 메르스 소외 지역에 대한 홍보나 관심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더위가 심해지면서 노인들이 모여들 것에 대비해 메르스 예방책으로 조만간 세정제를 배부하고 질병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