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상록회관 부지 ‘용도변경’ 안된다

2015년 06월 17일(수) 20:20

광주시민의 휴식처로 오랫동안 각광을 받아 온 광주 상록회관 부지의 ‘벚꽃 명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부지는 소유자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2008년부터 수십 차례 유찰을 거쳐 지난해 10월 기획부동산업체에 매각돼 아파트가 건설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옛 전남농촌진흥원이 있던 이 부지는 수 십 년생 벚나무와 소나무 숲이 우거진 도심 속 공원 명소다. 광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사랑받는 장소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얼마나 삭막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부지가 지하철역과 가깝고 인근에 버스종합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등이 위치해 입지 조건이 우수하고,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분쟁소지도 없어 입지조건이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땅을 인수한 부동산업체도 12개동 1천여 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지는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이 혼재 돼 있어 5층 이상 아파트 건설을 하려면 용도변경이나 도시계획변경을 받아야 한다. 행정당국이 향후 이 문제가 거론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아 온 이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환경단체와 국회의원, 지방의회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민의 쉼터를 보존하려는 이들의 반대 목소리는 공익차원에서 지지받기에 합당하다. 이들은 이 부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광주시는 향후 고층아파트 건립을 위한 용도변경이나 도시계획변경안이 제기됐을때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환경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이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2만㎡의 녹지와 벚꽃 명물이 사라진다”며 강력 반대했다.

도심 녹지공간과 시민의 휴식 공간은 공공재로서 공익에 부합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의 건강을 가꾸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도심의 허파로 기능하도록 보존해야 한다. 공무원관리공단이 경영상의 목적으로 매각했다고 하지만 매입한 부동산 업체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광주시민 전체를 위한 공익시설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업의 논리에서 볼 때 이익이 우선이라면 광주시 등 공공기관이 나서 다시 매입하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광주시민의 사랑을 받는 휴식처가 사라지는 것을 시민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