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르스 막으려면~ 본사 사장 nam48@kjdaily.com

2015년 06월 17일(수) 20:20

대한민국은 지금 메르스 공포로 마비 상태다. 삶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가족 모임, 예식장, 장례식장, 돌잔치 등 관혼상제 의례까지 축소하고 있다. 메르스 공포감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마트·백화점은 물론 재래시장까지 한산하다.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 불과 35년 전에 등장했지만 가장 위험한 질병이 된 메르스는 인류를 팬데믹(대유행)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듯 한국에서 창궐 중이다.

에이즈를 비롯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전염병의 75%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진화한 바이러스다. 이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대개 동물이 먼저 갖고 있던 병이어서 사람에게는 항체가 없어 치명적이다. 하지만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 가운데 인류가 밝혀낸 것은 고작 1% 밖에 안 된다.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확산을 기다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메르스 외에도 많다는 사실이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열대 지역에서만 발생한다고 여겼던 뎅기열은 이미 중국, 대만, 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제주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뎅기열은 출혈열로 발전하면 40-50%가 사망한다. 또한 베트남, 타이, 네팔, 스리랑카, 인도에서 기승을 부린 일본뇌염도 해마다 5만 명이 감염돼 1만5000명이 사망한다. 숲이 없어지자 서식지를 잃고 농가로 몰려든 박쥐가 뇌염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인류 환경 변화가 일으킨 재앙이다. 사람이 숲을 없애고 농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큰박쥐의 침과 배설물에 오염된 과일을 먹고 돼지가 감염됐고, 밀집 사육과 장거리 수송 과정에서 광범한 돼지농가와 농민에게 퍼졌다. 환경 변화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신종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결국 자연을 파괴한 사람에 의해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전례 없는 규모의 생태적, 사회적 변화가 새로운 전염병의 유행을 부르고 있다. 집약농업, 산림벌채, 기후변화, 생태계 교란 등 환경 변화와 여행, 무역의 증가가 큰 원인이다. 이 중에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숲의 훼손에서 비롯됐다. 지금 지구촌이 메르스 같은 전염병의 근본 대책으로 ‘숲’을 주목하는 이유다.

광주매일신문은 메르스 같은 공포 전염병의 근본 치유책이 될 수 있는 ‘숲’을 주목하고 어떻게 숲을 현대생활건강에 접목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지난 11일 나주혁신도시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낙연 전남지사가 브랜드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숲 속의 전남’이 얼마나 큰 생명산업인지도 조명했다. ‘메르스 정국’이었지만 숲의 치유 능력을 재조명하고 숲 속의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한번 되새겼다. 전문가들의 토론을 보면서, 급속한 산업화로 배출하는 쓰레기가 늘면서 도시 위생상태는 엉망이 됐고, 자원 개발로 숲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 새로운 전염병이 잇달아 등장한 지금, ‘숲 속의 전남’은 100년 앞을 내다본 참 좋은 정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생명정책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땔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다. 나무로 만든 기저귀를 사용하고, 책과 노트로 공부를 하고, 신문에서 정보를 얻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나무로 만든 관속에서 영면에 든다. 나무와 숲은 우리 삶의 질과 가치를 좌우 할 만큼 생활 속 가까이 있다. 아름답게 우거진 녹색의 휴식공간들은 스트레스는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필자가 자주 가는 장성의 편백숲 경우, 1950~60년대만 해도 헐거벗은 민둥산이었다. 장성 출신 임업인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1년간 총 240㏊에 편백을 비롯해 삼나무, 낙엽송을 심고 또 심은 결과, 세계가 주목하는 ‘치유의 숲’이 되었다. 정성으로 심어진 2년생 20~30㎝ 어린 묘목은, 5년이 지나 2~3m로 자라났고, 한 세대가 흐른 지금은 30m가 돼 하늘을 찌를 듯 커져, 아토피 환자와 암환자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한 개인의 집념이 후손에게 이렇게 큰 축복이 된 것이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나무가 내뿜는 휘발성 향기)의 왕이다. 식물이 병원균이나 해충, 곰팡이를 막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사람에게 무척 이롭다. 숲 속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피톤치드 덕분이다.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진다. 아이들 아토피도 눈에 띄게 가라앉는다. 혈압이 낮아지고, 천식에도 효과가 있다. 편백나무로 지은 집은 모기 파리 등 해충이 꾀지 않는다.

이제 숲은 의사가 되었다. 얼마전 산림청에서 한 산림치유 공모전 수상작을 보면 ‘산골생활을 통해 유방암 수술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산후우울증과 피부 소양증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한 자신을 산림욕을 통해 극복했다’‘아토피, 소아우울증과 뚜레장애를 가진 자녀가 숲을 통해 건강하게 됐다’‘사기결혼으로 생긴 우울증·대인기피증을 숲을 통해 극복했다’‘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를 가진 자녀가 숲을 통해 극복하게 됐다’는 사연들이 금상 은상을 수상했다.

‘숲에서 치유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숲의 치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 이상이라는 느낌도 든다. 숲을 걷노라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몸속의 역겨운 공해가 가시는 것 같다. 시멘트 냄새와 휘발유 냄새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제2, 제3의 메르스는 언제든지 우리를 엄습할 수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의 공포를 피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완벽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은 내 집 앞에 나무 한그루 심어야 한다. 자연훼손을 줄이고 삶 속에 숲을 끌어들여야 한다. 숲 속에 파묻힌 비엔나처럼 ‘숲 속의 광주’ ‘숲 속의 목포’ ‘숲 속의 여수’ ‘숲 속의 순천’ ‘숲 속의 나주혁신도시’를 물려주는 것이 제2의 메르스로부터 저 금쪽같은 손주들을 지켜내는 일이다./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