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광주은행장의 호남혈맥 본사 사장 nam48@kjdaily.com

2015년 06월 24일(수) 20:36

민영화 이후 첫 광주은행을 맡은 김한 행장을 보면, 역사속의 호남인물 하서 김인후(1510-1560) 제봉 고경명(1533-1592) 인촌 김성수(1891-1955)선생이 떠오른다. 김한 광주은행장의 가계도를 쭉 타고 올라가면 임진왜란 때 조선을 구한 의병장 고경명과 호남사상의 대가 김인후, 한국 근대사의 큰 인물 김성수·김연수 선생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전남 장성 필암서원의 주인인 하서 김인후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호남사상의 대맥을 형성한 분이다. 하서 김인후의 후손 중에 전북 부안의 김경중이 있었는데 그에게 아들 김성수·김연수가 있었다. 김성수는 1915년 서울 중앙학교를 인수해 교육사업에 투신했으며 경성방직을 설립했고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했다. 1932년 보성학교(현 고려대)를 인수했고 해방 후에는 정치권에 뛰어 들어 한민당 당수에 오른다. 동생 김연수는 정치에 발을 들인 형 김성수를 대신해 삼양그룹, 경성직뉴, 경성방직을 이끌었다. 김연수는 사업뿐 아니라 자식농사도 잘 지었다. 둘째 아들 김상협(1920~1995)은 문교부 장관(1962년)과 고려대 총장(1970년), 5공화국에서는 국무총리(1982년)를 역임했다. 현 김한 광주은행장은 김연수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총리의 큰 아들이다.

그러면 고경명과는 어떤 관계인가. 전남 창평의 명문가로 꼽히는 창평고씨(昌平高氏)의 자랑 고경명 의병장은 임진왜란 때 그 두 아들인 고종후, 고인후와 함께 순절했다. 그러나 또 다른 후손이었던 고정주(高鼎柱1863~1933)는 의병을 일으키지 않고 다른 길로 갔다. 학교를 세워 인재들을 양성하는 길. 그 학교가 바로 ‘창흥의숙(昌興義塾)’이다. 고정주는 규장각 직각(直閣요즘 국립중앙도서관장에 해당) 벼슬을 하다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고향에 돌아와 1906년에 학교를 세운다. 개원 초기 학생은 고정주의 둘째 아들 고광준과 김성수 두 사람이었다. 김성수는 1903년에 그보다 5살 연상인 고정주의 딸 고광석(1886-1919)과 혼인한다. 고정주는 별도로 영학숙을 설립했는데 그 이유는 아들과 사위의 해외유학을 위해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창흥의숙은 수업료를 일절 받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였다. 이 창흥의숙에서 배출된 학생 중에 인촌 김성수, 한민당 당수였던 고하 송진우,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호남은행을 설립한 무송 현준호가 있다. 근대 호남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창흥의숙 출신인 것이다.

정환담 전남대 명예교수는 ‘하서 김인후의 사상은 조선시대 민족적 요구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김인후의 사상이 현대에 나타난 것은 호남 최초의 신학당 창흥의숙과 영학숙이다’고 강조하곤 했다. 창흥학숙 정신은 광주고보로 이어져 1929년 11월 광주고보 학생들이 신사참배 거부 운동을 하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거사를 이루게 됐고,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불의에 대한 저항 민족독립정신은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계승됐으니, 하서 김인후 정신에 대한 현대적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치 않은 역사 흐름 속에서 광주에 온, 김한 광주은행장은, 큰할아버지 김성수의 처갓집 창평 슬로시티에 흐르는 개척정신, 선조 김인후의 장성 필암서원에 베어있는 올곧은 호남사상의 피를 ‘호남금융에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 깊게 고민해야 한다. 고정주의 창평 근대교육의 못자리가 없었다면 김한 행장의 큰할아버지 김성수가 그렇게 큰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할아버지 김연수 역시 대기업을 일구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서, 광주지역사회는 김한 광주은행장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호남 명문가 후손답게 광주정신·호남사상의 피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는 점, 눈여겨봐야 한다. 광주와 화학적 결합을 했지만 혁신과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금융산업의 탄탄한 토대를 구축해주길 소망한다. 지난 40년 동안 3조 원대이던 전북은행 여신을 5년 만에 6조 원대로 늘려 ‘여신 신화’를 일군 경험을 광주은행에 도입, 역동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광주은행이 최고의 금융기관으로 비약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책임, 변화와 혁신, 실용과 효율, 투명한 인사, 상생과 화합, 지역 사회 봉사 등 해결해야 할 요건이 많다. 그동안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광주은행은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물줄기 같은 역할과 선도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지역 현안 사업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중소기업 상인과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 흐름을 보건대, 김한 은행장이 광주은행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실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지방금융에 대한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가 잘 살기 위한 것이라면, 금융은 이를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산업으로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지역금융은 지역경제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지역은행은 지역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지역 기업들의 성장이 지역은행의 성장이자 지역경제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지금 광주·전남 경제는 대전환기에 서 있다. 김한 광주은행장은 광주은행이 지역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따뜻한 가슴으로 정의로운 금융을 실현하고, 지역기업 및 고객의 꿈을 실현해 주는 해결사의 역할을 하면서, 침체된 광주·전남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김한 은행장은 시대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혈맥인 김인후, 고경명, 고정주. 김성수, 김연수가 그랬던 것처럼···./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