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전우들 그리움에 눈물” ●‘6·25 한국전쟁 65주년’ 참전용사 오달면 옹 인터뷰 6·25참전 유공자회 광주시지부 서구지회장 맡아 백마고지전투 등 처참한 기억 수십년 지나도 생생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

2015년 06월 24일(수) 20:45

“백마고지에 처음엔 나무가 많았는데,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나 많은 포탄이 떨어졌는지…, 민둥산이 돼버렸어.”

고막을 찢는 포탄 소리와 여기 저기 널브러진 시체들, 그리고 죽어 가는 전우들의 절규로 1952년 10월6일 백마고지 전투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6·25전쟁 참전용사 오달면(81) 대한민국 6·25참전 유공자회 광주시지부 서구지회장은 매년 6월25일만 되면 살아남았다는 기쁨과 먼저 떠난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에 항상 감회에 젖는다. 오옹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참혹했던 그날 전투의 기억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나주에서 태어난 오옹은 1951년 11월 17세의 나이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어린나이에도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그는 “당시 조국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급했다”며 “다만 함께 참전해 동기들은 거의 죽고 가슴에는 한만 남았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오옹은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 영도에서 군번을 부여받고 육본 독립대대 106포대 박격포대 창설멤버로 경기도 포천군 내촌면에서 훈련을 받던 중 중부전선 백마고지 사수명령을 받아 작전관으로 진지사수에 나섰다.

그리고 1952년 10월15일 휴전의 순간까지 무수한 전우들의 시체와 부상자의 수 없는 눈물을 넘었다.

백마고지전투는 ‘고지전’ ‘포탄속으로’ 등 영화로 더욱 알려진 대표적인 고지쟁탈전으로 휴전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1952년 10월 초 판문점에서 포로회담이 해결되지 않자, 중공군의 공세로 시작됐다.

백마고지 일대에는 하루 종일 쏘아대는 포탄이 하늘을 뒤덮는 등 날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낮에는 점령을 하고 밤에는 빼앗기기를 반복했다.

이 조그만 동산이 뭐라고 백마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연일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포병대 옆 좁은 도로를 따라 또래의 보병들이 걸어 올라가 시체가 돼 실려 내려왔다. 끊임없는 죽음의 길이었다.

오옹은 “하늘은 포탄으로 뒤덮였다. 아군과 적군의 구분도 없이 우리 포탄에 아군이 맞기도 했다”면서 “이 아비규환속에도 오로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회고했다.

연일 죽음을 넘나드는 상황을 반복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는 거리퍼레이드도 하면서 시민들의 박수도 받아봤다.

오옹은 당시 “살아남으니, 영웅대접을 받으며 이러한 호강도 누리는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라를 위해 몸 바쳤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한 전우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이에 오옹은 서구청과 서구지역 보훈단체들과 연합해 6·25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옹은 “6·25를 알리기 위해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일부 교사들조차 6·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는가 하면 30% 정도의 학교들은 6·25에 대한 관심이 시들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청소년 교육을 똑바로 해 잘못된 6·25 상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6·25관련 교육을 학교 교과로 채택해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