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사랑해’…천국같은 지구별 만들기 주인공을 만나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51>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 맑은 영혼의 조우 kjdaily.com

2015년 07월 01일(수) 20:28

박종석 作 ‘무념(無念)’ 폴로나루와 주민들과 함께. ‘누와레엘리아 녹차밭’ 누와레엘리아 녹차밭에서 가종순 교수와 함께. ‘낚시의 추억’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YMCA 숙소에서 오랜 시간 정을 쌓았던 마음씨 좋은 여행자와 헤어져야 했다.

먼 타국 땅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인연이라 나와 그 친구는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새끼손가락을 맞잡고 호형호제하기로 약속한다.

역마살이 낀 그 아우는 나와 닮은 꼴이다. 방학이면 홀로 여행을 다니는 자유인으로, 특히 어린아이처럼 마냥 웃고 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오지 여행가이자 대학에서 디자인을 지도하는 가종순 교수이다.

우리 일행이 스리랑카 폴로나루와에 늦은 밤 도착했는데, 어느 한국인이 우리 숙소에 찾아왔다.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그가 우리 일행 6명에게 식당에서 콜라 몇 병을 사서 권한다. 무더운 날씨에도 장기여행 중이기에 절약하는 형편이라 콜라는 사치로 치부할 정도다. 큰마음이자 영혼이 맑은 나눔과 배려였다. 그리고 다음날도 만나 함께 호숫가에서 긴 막대기에 빈약한 바늘로 낚시를 해 저녁식사 때 한국식 특별메뉴인 얼큰한 매운탕을 식탁에 올렸다. 땅바닥에 신문지 깔고 현지에서 구입한 오이나 채소 등 김치 몇 가닥에 젓가락질이 부자연스런 형편이지만 즐거운 공동생활의 나눔이다.

합류해서 함께 숙식을 한 뒤 3일 후 그는 우리와 헤어진다. 여행자들은 현지에서 그냥 스쳐 지나다 만나고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 보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나 인연의 끈은 질기기도 하다. 며칠 후 스리랑카 제2의 도시 캔디에 밤 10시쯤 도착해 숙소를 잡느라 고민하다가 가종순 교수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가 홀로 우리를 기다렸다니! 그리고 다시 3일간 함께 밥 먹고 자고 생활한다. 그리고 또 여행 일정이 다르니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그 친구는 몰디브행 비행기를 타야 하고 우리는 남인도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한다. 그래서 석별에 정을 나누는 곳이 콜롬보 YMCA 숙소다.

사실 우리는 그 전날 기념품을 사다 보니 스리랑카 돈이 다 떨어지고 달러도 바꿀 수 없는 날이어서 고민하던 때였는데 그 친구는 헤어지면서 우리 일행에게 편지라면서 두툼한 봉투를 내민다. 그리고 헤어졌다.

나중에 그 봉투를 개봉하니 따뜻한 글과 스리랑카 돈 5천루피가 들어있지 않은가! 우리 일행은 깜짝 놀라 그 친구 가는 길을 쫓아가서 돌려주려 했더니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다시 숙소로 왔다. 외국에서 다른 팀을 위해 거금을 쓰기란 쉽지 않다.

그 친구는 우리 일행 뒷주머니 사정을 이미 간파하고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귀국해서 1달 20여일 만에 다시 만난다. 여전히 싱글벙글 행복한 표정이다. 어쩌다 그냥 오지여행 중에 만난 인연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

가 교수 아우에게 큰 교훈을 얻는다. 마음 넓은 지구별 여행자는 남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나누고 베풀어야 겠다는 것을 알려준 친구였다.

이 세상은 선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그래도 천국처럼 넉넉하게 유지되어 가는가 싶다.

그 친구는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항상 미소 짓는 아우이다. 특히 그가 많이 사용하는 ‘고마워요.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어린이 마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저 마음, 내 마음, 두 마음으로 구분이 없으면 세상을 평화로운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모범을 제시해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