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목 타도…속만 태운다 전남 ‘가고 싶은 섬’ 을 꿈꾼다 <3>여전히 고달픈 섬 주민의 삶 296개 유인도 18만명 인구에 보건지소 고작 29곳 대부분 병원선 오는 날만 손꼽아 의료혜택 별따기 식수난도 연례행사…교육 등 정주환경 개선 절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7월 01일(수) 20:40

전남지역 섬 주민의 삶은 고달프다. 교통 접근성은 물론, 교육, 치안, 보건, 급수 등 모든 생활이 육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탓이다. 사진은 전남도에서 운영중인 닥터헬기(왼쪽)와 신안군 직원들이 지난 2013년 8월 식수난을 겪고있는 낙도에 생수를 공급하는 모습. /전남도·신안군 제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전남지역 섬 주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연류·연도교 확충에도 불구하고 육지에서의 교통 접근성은 여전히 선박에 의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교육이나 치안, 보건, 급수 등 섬의 모든 생활은 육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
섬의 정주여건이 중요한 이유는 관광객들이 섬을 찾을 수 있는 기본이자 핵심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유인도를 기준으로 각 섬당 평균 면적은 10㎢를 넘지 않으며 인구 규모도 1천여명에 이르지 못한다. 섬 공간과 거주인구가 매우 열악한 셈이다.
반면,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 해안선과 갯벌이 감소하면서 해양생태계 단절과 수산자원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다. 또 1차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유통과정이 불리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선착장과 도로, 생산기반시설 등 정주환경과 교육, 문화의 기회가 열악해 젊은 층의 이동현상도 심각하다.

◇육지와 비교 힘든 의료여건

전남지역 2천219개의 섬 중 유인도는 13개 시·군에 296개다. 시·군 별 유인도 분포는 신안이 91개로 가장 많고 완도 55개, 여수 49개, 진도 45개, 고흥 24개, 해남 9개, 영광 8개, 목포 5개, 보성 3개, 광양·장흥·무안 각 2개, 강진 1개 등이다. 도내 유인도에 거주하는 인구만 18만3천여명(2014년 10월말 기준)에 이른다.

시·군별 섬 거주 인구는 완도가 5만3천870명으로 가장 많고 신안 4만137명, 진도 3만3천491명, 여수 2만5천281명, 광양 1만7천802명, 고흥 1만1천21명, 목포 931명, 영광 629명, 해남 555명, 보성 421명, 장흥 184명, 강진 51명, 무안 49명 등이다.

●전남 시군별 섬인구 현황 (단위 : 명)

296개의 유인도에 18만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섬에 설치된 보건지소는 29개소에 불과하다. 여수 5개소, 고흥 1개소, 영광 1개소, 장성 7개소, 진도 1개소, 신안 14개소 등이다. 보건지소가 없는 나머지 유인도는 전남도가 운영 중인 병원선에 건강관리와 진료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현재 전남도는 전남 511호(128t급, 동부권 6개 시·군 76개 섬 진료)와 전남 512호(170t급, 서부권 5개 시·군 84개 섬 진료) 등 2척의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선에는 의사 6명과 간호사 5명, 의료기사 4명 등 30명이 승선해 섬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병원선 운영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섬 주민의 의료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511호의 올해 순회 진료 목표는 연인원 7천556명, 512호는 7천703명이다. 연간 병원선 운영일수가 216일(1개월 평균 18일 운영), 진료일수는 180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의도서 주민들은 병원선이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응급환자 발생시에는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외에는 접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전남지역 닥터헬기 이송 실적은 2011년 51건을 시작으로 2012년 208건, 2013년 203건, 2014년 201건, 2015년(5월말 현재) 92건 등 2011년 도입 이후 755건에 달한다.

◇가뭄 땐 제한 급수도 불가피

가뭄이 닥치면 전남지역 섬 곳곳에서는 제한 급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실제 지난 2013년의 경우 고흥과 완도 지역 일부 섬 주민들이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다. 당시 고흥군 거금도 오천수원지가 완전 고갈돼 2천여 가구에 상하수도 급수가 중단됐다. 우물이나 지하수, 비상 급수(소방차 활용) 등으로 식수를 해결했다. 완도 금일도와 청산도, 보길도, 넙도도 제한급수 대상이었다.

이 같은 전남지역 섬 식수난은 노후관로가 많아 누수율이 높기 때문이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중부 지방과 달리 올해 전남은 전년 대비 120% 수준의 충분한 강우량으로 광역 수원지 39.9%(전년 대비 95%p 수준), 지방 수원지 66.9%(전년 대비 93%p 수준)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전남도는 완도와 신안 등의 기상 상황에 따라 저수율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남도 천제영 동부지역본부장은 “가뭄 발생 상황에 따라 섬 지역의 경우 소방차와 해군3함대 급수선을 이용해 운반 급수를 실시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물관리 상호협약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 병입수 및 물차 무상지원이 가능하고 섬지역 노후관 교체사업과 식수원 개발사업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 인구 감소…고령화도 심각

교육·문화 소외 역시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 아니다. 육지에선 당연한 일이 섬에선 특별한 일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남지역 섬 인구는 2005년 20만772명명에서 2010년 19만4천586명, 2014년 18만3천702명 등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고령화는 더 큰 문제다.

전남도가 올해 ‘가고싶은 섬’ 추진 대상으로 선정한 6개 섬(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의 고령화 실태는 단적인 예다.

6개 섬 전체 인구 3천587명 가운데 70대 인구가 803명(2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597명(16.6%), 50대 564명(15.7%), 40대 380명(10.5%) 등의 순이었다.

반면, 0-9세는 180명(5.0%), 10대 206명(5.7%), 20대 235명(6.5%), 30대 257명(7.1%) 등으로 유아·청소년과 청·장년층 인구가 50대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이마저도 인구수가 2천777명으로 6개 섬 인구의 77.4%를 차지하는 소안도의 청·장년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평균 수치를 상승시킨 것이어서 작은 섬의 고령화는 평균 범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소안도의 70대 인구 비율은 19.2%에 불과한 것과 달리 반월박지도(70대 18.1%)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섬의 70대 인구 비율은 낭도 34.4%, 연홍도 35.2%, 가우도 41.9%, 관매도 38.3% 등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이 같은 수치는 섬 지역 젊은 층의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섬 지역 인구 고령화가 향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브랜드 시책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