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선수촌 주변 선교활동 ‘눈총’ 이슬람 종교 믿는 선수들에게 영어 ‘선교 책자’ 배포 선수촌 ‘모르쇠’ 일관…기자 취재 후 강력 대응 예고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2015년 07월 01일(수) 20:56

선교 활동에 쓰인 아랍어 책자.

오는 3일 개막하는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선수단들이 광주 화정동 선수촌에 속속 입성한 가운데 이곳 주변에서 특정 종교단체가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더욱이 이 종교단체는 영어로 된 선교 책자를 이슬람 종교를 믿는 외국인들에게 배포하는 행동까지 벌이고 있어 자칫 광주U대회 이미지 손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오전 10시40분. 선수촌 주변에는 광주U대회 참가 선수들이 자신들이 배정받은 선수단버스를 타고 훈련장으로 향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이곳 한 켠에서는 특정 종교단체가 선교활동을 벌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선수촌에서 선수단버스로 향하는 곳에 자리 잡은 선교사들이 영어로 된 선교 책자를 나눠준가 하면 심지어 이슬람 종교를 믿는 이란 선수들에게 아랍어로 적힌 ‘Today’s Christmas’ 제목의 책자를 배포하고 있었다.

이 선교사들은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 동안 선교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교사들은 선수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히잡을 쓴 이슬람교 선수들이 몰려 있는 버스 근처 파라솔 탁자에 책자 10여점을 흩어 놓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히잡을 쓴 이슬람교 선수들이 처음에는 광주U대회 책자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아랑곳 않고 이슬람교 선수들에게 책자를 나눠주면서 “gift for you(당신을 위한 선물이다)”라는 말을 하며 연신 선교활동을 벌였다.

이 같은 광경이 한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광주U대회 선수촌 관계자 등 선교활동을 제지하는 손길을 아무도 없었고, 본 기자가 취재활동을 벌인 후에서야 선교활동을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교사들과 함께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A목사는 “종교에 대한 강요는 없다. 길 안내와 더불어 봉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며 “대구 물포럼 등 세계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행사장 주변에서 선교 활동을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치 만은 않았다.

시민 이모씨는 “선교활동이 아무리 자유롭다고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모이는 한 복판에서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다”면서 “어느 정도 때와 장소를 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U대회 조직위 한 관계자의 허락 하에 선교활동을 해왔다”는 A목사의 발언에 대해 광주U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어불성설이다. 전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다”며 일축했다.

광주U대회 선수촌부 관계자는 “선수촌 내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불교 4대 종교실이 있다. 밖에서 특정 종교를 선교하는 것은 금시 초문이다”며 “모든 조치를 통해 선수촌 주변 선교활동을 근절 시키는 등 선수단들이 승차하는 버스구역에 들어오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강구 하겠다”고 해명했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