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고 막막’ 죽음 선택한 장애인 가정 우울증 가장, 30대 장애아들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 끊어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 |
| 2015년 07월 05일(일) 20:31 |
5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0시40분께 광산구 신가동 광신대교 난간에 정모(60)씨가 빨래 줄로 목을 매 숨진 것을 정씨의 형(66)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정씨가 숨진 곳에서 300m 가량 떨어진 풍영정천변로에 주차된 갤로퍼 차량 조수석에는 정씨의 아들(31·정신지체3급)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정씨의 아들은 목 부위가 흉기에 4회 찔린 흔적이 있었으며 차량 안에는 피 묻은 흉기가 부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정씨는 딸에게 전화해 “내가 아들을 먼저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아들은 함평의 장애인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주말과 휴일에는 집으로 돌아와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10년 전 위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최근 하던 일을 그만두고 4년째 지병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의 아내는 사건 당일에도 신장 투석으로 입원해 있었다. 정씨의 집에서는 ‘가족들을 지켜주지 못하겠다. 너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정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30일 광산구 모 아파트에서는 양팔이 없는 A(76)씨를 아내 B(73)씨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발견 당시 A씨의 발은 끈으로 묶여 있었고 목에서는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B씨는 구토한 흔적이 있었으며 침대에는 B씨가 먹은 것으로 추정하는 극약이 들어 있는 통 4개가 놓여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온종일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자녀의 연락을 받고 인근에 사는 B씨의 남동생이 119구조대와 함께 잠근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부부를 발견했다. A씨는 40년 전 사고로 화상을 입어 양팔을 잃었으며 B씨는 40년간 장애인인 남편을 돌보다 최근 건강이 악화하며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별다른 직업 없이 장애 수당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살아왔다.
이처럼 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들이 장애인 가족을 부양하다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 자녀 등을 수십년간 부양하다가 보호자도 나이를 먹으면서 고통은 커져가고 그러다가 동반 자살에 이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사회적 안정망이 요구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장애인을 부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생활고까지 이어진다면 그 고통은 더욱 심할 것이다”며 “장애인을 부양하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