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사기 만연 이대론 안 된다” 작년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 3천억원 전체 보험사기 50% 광주·전남지역서 173건·사기범 596명 적발 216억원 챙겨 후미추돌·차선변경 사고 빈번…평소 방어운전 습관 생활화 끼어들기·안전거리 미확보 등 법규 위반 보험사기 ‘먹잇감’ 박연오 기자 yopark@kjdaily.com

2015년 07월 06일(월) 20:34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

#지난 5월 외제 튜닝 차량을 이용해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수억원대의 보험금을 챙긴 이모(34)씨 등 보험사기단 2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씨 등은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고향 친구, 사회 선후배 등 21명과 짜고 광주ㆍ전남 등지에서 모두 20회에 걸쳐 외제차 등을 이용,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 3억2천여 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심야시간대 교통사고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사고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끊이지 않는 고의 교통사고 범죄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로 둔갑해 허위 진단서등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가 날로 증가하며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천8억원에 육박했으며, 전체 보험사기 금액 5천997억원 중 절반이 넘는 50.2%를 차지했다. 더욱이 손해보험의 경우 6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통사고 보험사기의 경우 가해차량이 있어야 하는데다 경미한 증상으로는 장기 입원이 안돼 챙길 수 있는 수령 보험금이 100만원 안팎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직업형 상해 보험사기는 경미한 증상으로도 적지않은 보험금을 챙길 수 있어 교통사고에 비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한방병원이 전국의 30% 차지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직업형 보험사기 환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유치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6일 광주·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는 173건(광주 95·전남 78건)으로 적발된 피의자들만 596명에 이른다. 이들이 받아 챙긴 보험사기 금액도 216억(광주 107억·전남 109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광주 20건(70명), 전남 15건(22명) 등으로 들에게 지급된 보험금만 68억이나 된다. 매월 10억원이 넘는 돈이 보험사기 범죄로 흘러나간 셈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7억2천900만원이다. 전년보다 18.0% 증가한 액수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을 이용한 사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대개 고액의 입원보험금을 노린 허위·과다입원이다. 살인이나 방화 등 보험금을 노린 강력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외제차로 다수의 고의사고를 일으킨 보험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외제차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7천858억원으로 전년보다 15.9% 커졌다.

◇해법은 보험범죄 강력한 처벌

정부와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수사권이 없어 제한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는 데다 혐의가 인정된 경우라도 피해자가 개인이 아닌 보험회사라 처벌 수준이 미약해 보험사기 적발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08∼2012년(1578명) 보험 사기범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806명(51.1%)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유예는 415명(26.3%), 징역형은 357명(22.6%)에 불과했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 수사·조사 시스템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 범죄의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양식 손해보험협회 호남본부장은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 신설과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람에 대한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보험범죄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단독범행보다 은폐가 쉽고 다수가 범행에 참여할 수 있는 일가족 보험사기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고가의 외제차량을 이용한 자동차 보험범죄, 고의적으로 신체피해를 유발해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범죄 등 국민들에게 보험료 추가 부담을 유발하는 범죄들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사기 이것만 알면 극복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자동차보험 사기 상시조사 결과 특성 분석’을 발표해 주요 행위를 분석하고 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사기 상시조사 결과, 20-30대 남성들이 수도권 및 광역시에서 다수가 공모해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중 전체 89건에 혐의자 426명 및 관련사고 2천8건을 적발했다. 특히, 후미추돌 사고(18.6%)를 비롯해 차선변경(32.6%) 및 법규위반 차량대상 사고 유발(10.6%) 등의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금감원은 최근 계획적인 자동차사고 유발 후 합의금 및 미수선 수리비 요구가 빈번한 만큼, 보험료 인상 등의 소비자 피해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회사 조사인력 전문성 제고를 비롯해 금감원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의 분석기능 강화 및 소셜 네트워크 분석 기능을 도입한 정밀 분석 기능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통법규를 준수를 비롯해 후진·차선변경 등의 주행 시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며 “서로 양보하고 방어적인 운전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범 미리 추정’ 상시감독 강화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16년 상반기까지 보험사기 예방시스템을 전면 보강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과도한 보험가입으로 보험사기 유인을 막기 위해 생·손보협회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을 통합하기로 했다. 생·손보 각자 운영하던 업권 누적가입금액을 일원화해 사기목적의 다수보험계약을 사전에 막는다는 구상이다. 또 최근 외국인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11개 보험사에 26건의 사망보험계약 체결 후 고의로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취약한 인수심사를 강화한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불러일으키는 약관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이롱환자에 대한 세부 입원 인정기준도 오는 2016년 상반기 중으로 마련된다.

보험사기에 절대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도 손본다.

이를 위해 렌트비 지급기준을 체계적으로 고친다. 정비업체와 짜고 렌트비를 챙기기 위해 부당하게 수리를 지연한 사실이 밝혀지면 지연일수만큼 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다.

이와 함께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 구체적인 수리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수리비 지출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방지할 예정이다. /박연오 기자 yo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