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의 향연’…욕망을 넘어선 깨달음으로 광주 대인시장 ‘한 평 갤러리’, 오는 18일까지 ‘색계(色界)’展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7월 07일(화) 19:38

마리야 하포넨코 作 ‘Feed the Crave’

바야흐로 산야가 진초록으로 물들며 색의 향연을 펼치니, 전통시장 속 한 미술공간도 이에 젖기로 작정했다.

광주 대인예술시장 내 ‘한 평 갤러리’가 ‘색계(色界)’를 주제로 오는 18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참여작가는 김준표, 마리야 하포넨코, 박성문, 박정주, 이종회, 정진영 등 6명이다.

다만 한 평 갤러리가 여는 색의 향연 속 색은 중의적이다. 하나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자연적 색깔이나 길고 짧고 모나거나 원형인 모양과 크기를 말한다. 다른 의미는 불완전한 욕망이다.

실제로 불교에서 색계는 색유(色有)와도 상통하는 말인데 여기서 유(有)는 ‘윤회하는 존재’를 지칭한다. 아직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해탈·解脫)에 이르지 못해 윤회를 계속하면서 배움(學)을 완성시켜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해서 한 평 갤러리 6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색계’는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한 경지이기도 하다.

김준표의 예술적 모티브는 우리말로 ‘연기(煙氣)’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우모(HUMO)’다. 그에게 연기는 곧 방황하는 자유정신이자 어떤 공간이든 채워 넣을 수 있는 내용적 충일함의 합체다. 그때 연기는 완벽한 삶의 표상이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기실 그 외로움 속에 깃든 영혼은 작가자신의 자화상이다.

박정주 作 ‘회전목마’

마리야 하포넨코에게 예술은 개개인의 내적 감정을 능숙하게 표출하는 수단이자 유력한 통로다. 그녀가 내면의 속살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 위해 천착하고 있는 소재는 신체다. 신체에 대한 열정적인 탐험과 충만한 실험정신은 사실과 추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감정의 원초적 본능을 감각적으로 자극한다. 특히 입술과 입을 통해 관능적이고 고혹적인 성적 판타지를 도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박성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잉어)’는 인간의 삶에 대한 메타포다.

탐·진·치(貪·瞋·癡) 3독(毒)에 물들어 본질적 가치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인간을 일방향성의 물고기에 빗댔다.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속 물고기들은 언제쯤 일방향의 행렬에서 벗어나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제각각 유영(遊泳)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정진영은 동화 속 ‘인어공주’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꿈과 욕망을 투사한다. 작가는 인어공주에게 왕자를 만났는지, 또 왕자를 만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지, 인어공주와 왕자가 결혼했다면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이외에도 박정주는 사진이란 매개체를 통해 불안과 불균형으로 상실된 감성들을 일깨우고, 이종회는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제거해 추상성을 형상화한 회화적 작업을 선사한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