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통역봉사’ 실상은 ‘잔심부름꾼’? 4억5천여만원 예산투입 불구 미흡한 대회 운영 ‘원성 자자’ 정해진 일정 없어 경기 종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게 일과 허드렛일 지시 중도 포기자 속출…지난 1년간 노력 헛수고 /특별취재단=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5년 07월 12일(일) 20:21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에 자발적으로 나선 통역자원봉사자들이 제 역할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례가 잇따라 아쉬움을 주고 있다.

12일 광주시와 U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광주에서 대규모 국제대회를 앞두고 조직위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4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지역 대학교 언어교육원에 만 1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불어 등 외국어 위탁교육을 통해 통역자원봉사자를 양성했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통역 자원봉사자를 배출했지만 정작 U대회 기간에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이들에게 정확한 업무를 배정하지 않거나 인력 관리에 소홀하면서 상당수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U대회 통역 자원봉사에 참가한 광주지역 대학교 3학년 김모(22)씨는 “지난해 U대회의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 요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해서 선발된 후 교육과정을 착실히 이수했다”면서 “그런데 막상 U대회가 개막하니 우리에게 정해진 일정도 업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봉사자들이 마땅한 일정 및 일거리가 없는 탓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오가지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점심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점심때가 되자 조직위 관계자는 통역 자원봉사자들에게 “밥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을 던진 후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체 청소와 의자정리 등 각종 잡일이 고스란히 이들의 몫으로 떠안겨져 중도 포기자들까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통역을 하러 온 건지 온갖 잔심부름을 하러 온 건지 분간이 안 된다”며 “정해진 일정도 없이 사무실에서 상주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큰 손실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출근을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경기가 끝나는 시간에 따라 퇴근시간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제대회다 보니 적은 인원이 수천 명의 봉사자들을 관리하게 돼 통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봉사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언급했다. /특별취재단=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