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은 살아있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07월 15일(수) 19:12

필자는 최근 이 난에 실어왔던 ‘남성숙칼럼’을 모아 ‘호남! 어디가 아픈가요’(광주매스컴)라는 제목의 칼럼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신문에 입사해서 지방신문 여기자로 살아온 세월이 30여년 되었고, 그 흔적을 책으로 낼 수 있어서 감회가 깊었다. 애초에는 책 제목을 ‘지방신문은 살아있다’로 했다가 ‘호남! 어디가 아픈가요’로 바꿨다. 주변 사람들에게 ‘지방신문은 살아있다’를 책 제목으로 하면 어떠냐 물었더니 대중이 공감할만한 제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고집을 부려 발간사 제목으로 기어이 끼워 넣었다. 필자의 칼럼 자체가 지방지에 실린 것이고, 지방신문이 살아야 지역도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다는 나름의 언론소신 때문이다.

필자는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공기 같은 존재가 지방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신문의 경우 여러 가지 장애물이 생겼지만 지방신문만큼 지역을 걱정하고 지역여론을 선도하며 지역발전 대안을 제시하는 공공물도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방자치제가 실현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는다. 그러나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현실 벽 때문에 지역위기는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지고 곧 지역신문의 위기로 연결되었다. 벼랑 끝에 마주선 지역신문을 위해 지난 2004년 정부와 국회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을 제정했다. 지역신문의 발전기반을 조성해 여론의 다양화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5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조성, 경영여건과 유통구조 개선 등에 관한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2016년까지만 유지하는 한시법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어 내년 말이면 시한이 종료된다.

이 법은 그동안 지역신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때문에 지역에 존재하는 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계속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더욱 크게 지역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올해 안에 개정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내년 총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내 처리가 안 되면 개정이 힘들어진다. 사실 지난해 4월 법안소위에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여야 간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둘러싼 파행으로 심사를 하지 못했다. 연내 개정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특별법이 시한 종료로 폐지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 교문위 심사를 마치고 연말 통과시키지 않으면 2017년 예산 확보가 어렵다.

중앙 중심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정치·경제 담론 중심의 중앙 집중화가 강화되면서 지역 담론이 그 설자리를 잃어 가면 지역의 삶은 피폐해진다. 공간적 지역 불균형 문제와 함께 또 하나의 정보적 지역 불균형이 초래된다. 지역신문은 지역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지역의 정서적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고, 지역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해 주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론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신문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라는 인식을 정부는 해야 한다.

지역신문은 주민들의 눈과 귀와 입이다. 중앙 일간지만으로 지역 현안을 자세히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특별법이 이대로 내년에 폐지된다면, 지역 여론이 반영될 창구가 사라지고 수도권과 지방간 정보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중앙에 비해 넉넉지 않은 경제적 여건과 수도권 지향적인 습성은 광고와 구독료로 유지하는 지방신문을 옥죄는 요소다. 지방신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불평등 이유가 있다면 지방언론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 국가공동체가 그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너무나 많은 지방신문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독자는 이 특별법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지방신문이 존재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역민에게 사랑받을 짓을 못하고 있는 부분도 반성하고 고쳐야 하지만, 지방신문 침몰은 지역의 침몰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막아야 한다. 지방의회의 폐해가 심하다고 해서 지방의회를 없앨 수 없듯, 지방신문이 지역사회를 위해 수행하는 공적인 사명과 존립기반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뒤집혀도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은 일정한 지역일 수밖에 없고, 삶의 지리적 반경이 유사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관심사가 싹트기 마련이다. 지역 내 마을과 마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규칙을 만들고 바꾸고 없애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지방자치시대에는 더욱 지방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민들은 지역신문을 통해 더 깊게 교유하며 이해관계가 생기고, 이 소통을 매개로 지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지방신문이다. ‘지방자치제’,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이 이룩하고자 하는 지방화시대를 선도하는 것이 바로 지역신문이다.

광주매일신문을 비롯한 지역신문이 뉴스를 전하는 기능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만들기에 고심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는 세상이야기 이면에 있는 문제들을 현재진행 시간 속에서 분석하고 연구하여,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은 꼭 필요하다. 2016년 일몰 전에 안정적으로 개정이 되기 위해서는 7월 국회에서 꼭 논의가 꼭 이뤄져야 한다. 한두 명 국회의원 아이디어가 아니라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개정안에 동참해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한시 규정을 일반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역신문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기 바란다. 지역민들도 이 법의 개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