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하고 싶나요 이경숙 |
| 2015년 07월 21일(화) 20:16 |
|
요즘 우리 연령대에는 휴대폰 첫 화면에 손자, 손녀 사진이 깔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 그 화면을 상대의 눈앞에 대고 말을 열거나 아니면, 손녀 돌보고 있는데 데려가 버렸다고 하며 그 녀석 눈앞에 가물가물하다고 휴대폰 화면을 들이 내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직 자식들이 나이 들어 결혼했지만 손자, 손녀를 보지 못한 우리 부부는 대답하기에 마음에 없는 대답에 늘 거북하다. 이제는 “아, 그러냐고! 이쁘다! 그러겠다. 좋겠다” 하며 상대 말을 귀담아 듣고 거들어준다. 나는 자랑하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가정과 가문은 별로 자랑거리가 없는 것 같다.
사람은 자랑거리가 없어서 자랑을 못하지 군자가 아닌 이상 자랑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차이가 있을 뿐 자랑치지 않으려면 그 역시 꽤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자랑의 종류도 많다. 돈, 사위, 배우자, 며느리, 어떤 사람은 손자의 외모자랑까지 한다. 엊그제 남편동생 둘째 아들이 연애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인사하러 오는데 전화 첫 내용이 며느리 자랑 ‘교사라네, 그리고 X화대학 출신이라네.’ 하며 전해온다.
아마 자랑 중에 제일 큰 자랑이 자식이 아닐까? 그래서 옛부터 그 잘남의 자랑의 증명 결과물이 “자식농사 잘 지었네” 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농사 수확물에 자식을 연관시켰을까? 자식이라는 인간이 수확의 결실을 맺어야 하는 투자대상으로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상징물이 되었던 것이다.
옛 고향에 한 번식 들리면 후대자식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명절 때 귀향하는 자녀들의 자동차 종류 퍼레이드 때문이다. 그것이 마치 자식들의 부의 자랑이요, 부모에게 효며, 부모의 자랑으로 연결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나의 의문과는 별개로 현실은 어쨌든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긴 한다.
지난 봄 양동상가 천막집에 프래카드가 걸렸다. 내용이 ‘XX네 장남XX가 X대 법대 합격 축하’ 라는 현수막이다. 아마 도시에서는 그렇다치고 시골농촌에도 현수막이 쳐진다. 사법고시, 명문대 진학은 당연하고 XX에 아들 승진, 그리고 별을 달다 등 가지각색이다.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란 아는 사이에 더욱 참을 수 없이 솟구치는 법이다. 위 현수막으로 알리는 자랑은 일일이 자랑할 필요가 없이 매우 효율적이다.
가끔 시장을 지나다보면 XX우승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부모의 이름을 크게 써져 있고 자식과 우승 내용은 적거나 희미하게 써져 있는 것을 본다. 이 현수막을 보면 자식이 이룬 성취가 점점 부모의 경제적 투자와 비례하는 세상이니 자식의 우승은 곧 부모의 우승이다.
그러나 한 인간을 오직 자식이라는 정체성으로만 바라보지 아니했으면 하겠고 게다가 자식의 성공과 성적에 기울이는 관심과 사회적 지위에 있는 프리미엄을 가진 자들을 우리 세대가 계속 그것을 존중하고 자랑으로 가치관을 승계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할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부모들의 등골이 휘는 투자에도 자식들은 행복하지 않다. 여전히 자식투자관이라 여겨진다. 자식농사 생각해 보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잔혹한가?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인격체 우주이다. 각각 객체이다. 부모는 성장과정만 보살피면 된다. 결혼하면 분가해야 한다.
즉 부모 품을 떠난다는 이치다. 부모와 자식을 동여맨 상태에서 풀어야한다. 요즘 ‘엄친아, 엄친딸’ 이라는 은어는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 패배감을 보여주는 말이다. 여전히 청소년 사망원인은 자살이다. 자살이유 40%는 성적이라고 한다. 부모가 자식농사에 큰 수확을 거두려다 자식 잃는다. 자식자랑은 나에게 기쁘지만 나의 결점자랑은 상대방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하나님께서 주신대로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