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가 남긴 진정한 의미 잊지 말자 취재수첩 오경은 정치부 기자

2015년 07월 21일(화) 20:16

‘성공적’이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지난 14일 많은 성과들을 남기고 폐막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얘기다. 벌써 폐막 1주일이 지났지만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사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U대회 개막이 임박한 시점까지 대회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었다. 여기에 무더위와 태풍 등 기상악재와 북한 불참까지 트리플 악재를 만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광주시는 처음으로 맞는 국제 스포츠 대회를 정말 잘 치러냈다. U대회 기간 메르스를 완벽히 차단해 참가 선수들과 광주를 찾은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켜냈다. 경기장 4곳만을 신·증축해 저비용 고효율 대회의 롤 모델이 됐고, 문화로 세계 청년들을 하나로 묶은 컬쳐버시아드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광주시민들은 성숙한 의식과 역량을 발휘했다. 높은 시민의식과 나눔, 배려 정신은 U대회 참가 선수단뿐만 아니라 국외 언론들에게도 크나큰 인상을 남겼다.

이번 U대회는 특히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대회 기간 시민들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은 두고두고 광주에 남을 자산이 됐다.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법한 감동이었다.

하지만 걱정도 앞선다. 성공에 도취돼 남은 과제와 문제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다. U대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데 쏟아 부은 광주시의 재정 부담, U대회 선수촌 입주민과의 사용료 소송,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회를 무결점 대회로 잘 치른 만큼 이 같은 과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소해 가느냐가 최종적인 U대회에 대한 평가가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성공했다”라는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U대회를 되돌아 봐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자만심이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 해도 막무가내로 도취돼 충고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 바탕엔 성공 경험에서 비롯된 자기만의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칭찬에 현혹되지 않고 이를 계기로 동기 부여해 나아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광주시가 지나친 성공 도취에 빠져 U대회가 남겨준 진정한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경은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