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 사장 nam48@kjdaily.com

2015년 07월 22일(수) 19:38

요즘 광주시민 전남도민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전화 내용은 신당 창당에 관한 것이다. 지역민들이 신당 창당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왜 창당하느냐, 누가 창당하느냐, 어떻게 창당할 것이냐, 창당보다 새정치민주연합 리모델링 하는 게 이익 아니냐, 찬·반으로 갈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주었다.

필자는 창당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느 쪽 편도 들 생각 없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심이다. 현재 지역민심은 분당이든 신당이든 어떤 형태가 작동해서라도 광주·전남을 지배하고 있는 답답한 정치사슬을 풀고 싶은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인 입맛에 맞게, 또는 자기 이익에 부합한 여러 형태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권자인 지역민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외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파악해본 바,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와 비노 갈등은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 선언했다. 이미 탈당하여 광주 보선에서 당선되어 정치적 생명을 회복한 천정배 의원은 신당 창당을 가장 먼저 선언한 바 있다. 정대철 고문 등도 새정연에는 탈당할 의원이 20여명이나 된다고 부채질하고 있다. 지역 내 현역 의원들도 신당이 창당되면 가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는 상태다.

신당 창당의 시나리오는 이미 여러 갈래로 예상된다. 3당 합당과 같은 여·야진영을 뛰어 넘는 합당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범야권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 보다는 야권의 분열에 의한 호남 중심의 신당 창당일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탈하려는 비노, 친DJ 세력과 새정연의 중도 세력이 규합하여 창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항간의 기류 중엔 창당론 못지 않게 신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많다. 지금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 현실로 보더라도 제3당이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 이유는 현실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새로운 정당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결국 창당 이후에 집이 완성된 것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한때 개인적인 지지율이 대통령 후보 중 1위를 한 적 있는 안철수 의원의 경우, 신당이 창당되기 전에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정당 지지도 1위를 기록했지만 결국 창당하지 못했다. 안철수 신당 실패 이유는, 창당에 대한 확고 불변의 정치신념 부족, 새로운 인재영입의 실패,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제시 부재, 기존 정당의 노련한 정치력을 이겨낼 수 있는 돌파력 부족 등이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신당 역시 안철수 창당 실패 요인을 그대로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김 밖에 없다. 정주영 이인제 박찬종 문국현 안철수도 다 실패했다. 당을 만들려면 대의명분, 신선한 인물, 전국 조직, 돈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설령 창당한다고 해도 그 당이 기존의 당을 압도해야 하는데, 그 역시 숙제다. 중요한 것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구태의연한 구시대 인물이 주축이 될 경우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전문가들은 신당은 창당된다고 해도 20석 이상 얻기 힘들어 자민련 꼴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신당이 창당 되어야 한다고 본다. 비록 몇 년 못가 합당하거나 해체되더라도 이 시점에선 신당이 탄생해야 한다.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지만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기존 정당의 쇄신을 압박하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도 신당이 나와야 한다. 기존 정당을 감시, 경쟁해 독주를 막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니꺼라고 착각하지마’를 외치는 효과다. 현 야당의 폐쇄성과 배타성, 호남배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왕 창당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후 첫 성공 창당이 되길 바란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마당에서 일부 정치인의 당선을 위한 창당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잘 읽어 정치적 명분을 분명히 세우고 국민적 지지라는 변수를 잘 조합시키기 바란다. 왜 창당하는지, 정치개혁을 위해 어떤 정치철학을 국민과 공유할 것인지, 항간에 의심받고 있는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의심을 불식시키고 창당의 이유를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저간의 속사정이 어땠든 이번 창당의 주역은 호남 정치인들인만큼 민중의 기대 속에서 성장한 호남정치력을 대의(大義)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시킨 김대중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호남이 배태시키고 키워온 호남의 정치의식은 세계의 모든 국가가 본받아야 할 선진 정치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호남정치의 귀중한 정신이다. 호남정치 정신은 자파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패권정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신당은 호남의 실용·합리정신의 혼을 불어넣어 한국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누룩 역할을 해야 한다. 온갖 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럴수록 냉철하게 앞뒤를 재어 상생의 정도를 찾아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 못 차리고 나아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죽도 밥도 안 되는 법이다. 창당 주역들은 ‘왜 야권 개편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국민 지지를 얻을 것인가’ 그 답을 찾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논리,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호남정치는 한국정치 발전에 다시 한번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