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지망생을 말려야 할까 김혜민 변호사

2015년 07월 26일(일) 19:54

대한민국 변호사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변호사를 하겠다고 하면 찬성하겠냐고 묻는다면 몇 퍼센트가 그렇다고 할까. 잘 감이 안 온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법률가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44퍼센트의 변호사가 변호사 지망생을 말리고 싶다고 답했다 한다. 생각보다 높은 지수다. 그렇다면 44퍼센트의 변호사는 왜 말리고 싶다 했을까. 그리고 나머지 56퍼센트의 변호사는 말리겠다는 입장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의뢰인들은 필자에게 한마디씩 한다. “변호사님 일 하시는 것 보면 살이 찌려 해도 찔 수가 없어요”, “변호사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기엔 정말 좋아 보이는데 정작 일하시는 것 보니까 전혀 안 부러워요”,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인 것 같아요”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심지어 최근 한 의뢰인은 “친정엄마 친구 딸이 변호사라 해서 제가 엄마한테 ‘엄마, 부러워 마. 우리 변호사님 보니까 돈은 잘 벌지 몰라도 기업 회장보다 더 바쁘더라. 주말에도 일하고 한밤중에도 일하고.’라고 했어요.”라는 말도 했다. 지난주에 면담을 한 의뢰인은 “변호사님, 많이 지치시죠? 그렇게 보여요. 제가 변호사님 위하여 기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쯤 되면 누가 의뢰인이고 누가 변호사인지 모르겠다. 이처럼 종종 의뢰인들에게서 적지 않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그런데 실은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 근무를 하여 힘든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필자를 찾는 의뢰인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정작 변호사로서 힘들고 괴로울 때는 따로 있다. 변호사는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끊임없이 겪고 극복하여야 하는 직업이다. 개개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어떻게 주장하고 어떻게 정리해야 이 사건을 보다 명쾌하고 깔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증인은 나와서 어떤 증언을 할지, 재판부는 어떤 심증을 형성하게 될지, 재판의 결과는 어떠할지 등등. 그러한 매 사건의 불확실성을 확실성, 그리고 의뢰인이 만족할만한 확실성, 필자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확실성으로 이끌어 가는 작업이 힘들고 어려울 때 깊이 고민하게 되고 뒤척이게 된다. 거짓말 같이 들리겠지만 오히려 변호사로서 연차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알아갈수록 더욱 더 어렵다.

최근 영화 ‘우먼 인 골드’를 보면서 남들은 아무도 울지 않는 타이밍에서 혼자 눈물을 질질 짰다.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변호사인데 별 볼일 없는 변호사로 지내다 막 대형 로펌에 입사하여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순간에 여주인공으로부터 나치 정권에 의해 약탈당한 예술품을 환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8년간을 오로지 이 소송에 매진하게 된다. 필자가 울었던 부분은 영화 속 변호사가 해당 소송을 준비하면서 사무실에서도, 길을 거닐면서도, 자려고 누워서도 고민을 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 법서를 뒤적이고 심지어 변론 연습까지 하는 장면과 대법원에 가서 대법관들 앞에서 무척 긴장하면서도 진심 어린 변론을 해나가는 장면이었다. 최종 판단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 쉽게 고민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뒤척이게 되는 그 부담감을 생뚱맞게 영화 속 주인공과 공유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것이다.

아마도 44퍼센트의 변호사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갖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의뢰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고 괴로운 부분을 덥석 양도받고 나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홀로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떠올라 변호사가 되기를 만류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진심으로 좋다. 사실 삶이 곧 불확실성의 총합이라고 본다면, 타인의 삶의 불확실성의 한 조각을 건네받아 고심하고 노력한 결과 확실성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은 부담이면서도 축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