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푸른 기억으로의 회귀 윤미숙 전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 kjdaily.com

2015년 07월 29일(수) 20:35

‘이름 없는 섬’이라고 한다. 유명한 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말인데 처음부터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름 모를 섬이라고 해야 맞다. 지금 전남도 곳곳의 아직은 이름 모를 그 섬들에서는 ‘가고 싶은 섬’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사업이라고 하니 거창한 개발행위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에 주목한다. 섬의 원형을 훼손하지 아니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전하면서 섬을, 주민들의 마음을 새롭게 조감하는 일이다.

낭도, 연홍도, 반월박지도, 소안도, 관매도, 가우도, 여섯 개의 섬에서 동시에 꼼지락 꼼지락 뭔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른바 소통작전이다. 전문용어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지금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무엇인가, 섬 공동체, 마을 만들기는 또 무엇인가, 마을기업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가에 대해 학습중이다.

‘가고 싶은 섬’은 알고 보면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섬을 깨끗이 목욕시켜 묵은 땟국물을 빼고, 비비크림을 약간 바르고, 눈썹을 정리하면서 머리를 새로 하고 헌옷을 갈아입히고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그런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물리적인 사업은 주민들의 복지와 여행자들의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담한 컨셉이다. 웃자란 풀과 나무에 묻혀버린 옛길을 복원하는 일이고, 조악한 시멘트 담벼락을 돌담으로 환원, 구멍사이로 솔솔 바람과 이야기가 통하게 하는 일이다.

알고 보면 ‘가고 싶은 섬’ 마을 만들기는 특별한 그 무엇이다. 공동체 회복을 그 수단으로 하고 최종 목적지는 주민들이 살고 싶은 섬으로 가꾸는 일이다. 눈물바람으로 섬을 떠난 주민들이, 자식들이 돌아와서 ‘항꾸네’ 살 수 있도록 가꾸는 일이다.

최근 연홍도란 작은 섬에 삼십 년 만에 아이가 생겨났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활기가 찾아와 마을이 부산해졌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유일한 손주인 연홍이(애칭)는 마을의 살아 움직이는 마스코트로 자라고 있다. 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영혼은 자유롭고 푸르다. 섬에서 유년을 보낸 이들의 감성은 일생동안 푸른 해원의 DNA를 간직하고 있다. 몇 개의 간이역을 지나 푸른 선로를 따라 섬마을로 돌아오는 일들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착한 정책이 그것이다, 너도 나도 가고 싶은 섬, 그리하여 마침내 그곳에서 살고 싶은 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