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취재수첩 오경은 정치부 기자

2015년 08월 04일(화) 19:18

지난 주말 영화 ‘암살’을 보고 왔다. 인기를 반영하듯 시내 극장가는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청소년부터 중년의 부부, 노인들까지 관람층도 다양했다. 4일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이제 천만 관객 달성은 시간문제인 듯싶다.

영화의 배경은 다소 무겁다.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독립 운동가들과 친일파 세력들의 이야기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톱 배우들이 나와 각각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전체적 조화를 이뤄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만의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영화는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나라를 되찾았는가 하는 생각에 숙연해 진다.

영화 ‘암살’은 흥행과 더불어 시민들 사이에선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가며 싸운 신념을 가진 인물들을 보며 다시 한번 독립 운동가들과 친일파 청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일과 독립 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는데 과연 저들처럼 전투적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독립투사인 전지현이 총상을 입고 치료하면서 내뱉는 말이었다. “친일파 한 두명을 죽인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돌아가라는 권유에 그는 대답한다. “그래도 우리가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무슨 일이 터지면 확하고 일어났다가 쉽게 잊고, 내가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 이 대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다시 짚어보고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9월 백범김구기념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최근 남구 광주공원에서 발견된 친일인사 윤웅렬과 이근호의 선정비(善政碑)에 대해 광주시가 선정비를 철거하거나 단죄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오경은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