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쇄골목을 살리려면 취재수첩 정겨울 사회부 기자

2015년 08월 05일(수) 18:24

광주 동구 금동·남동 일대에는 오래 전부터 인쇄골목으로 유명한 거리가 형성돼 있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곳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도심 공동화와 인터넷·스마트폰 확산 등의 여파로 인쇄물량이 줄어 소규모 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광주 인쇄업의 실상은 더 심각했다.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고 업체마다 수억원에 달하는 인쇄 장비들이 마련돼 있었지만, 정작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에 광주시는 ‘지역 낙후산업 후원정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동구 서석동 광주영상복합문화관내에 ‘광주인쇄산업지원센터’를 열고, 광주 인쇄거리와 광주디자인센터를 연계시키고 인쇄 사업자 교육 등 지역 인쇄 소공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런데도 인쇄업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쇄업 종사자 상당수는 “내년 선거철 득표를 위한 ‘전시행정’이 아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한 인쇄업자는 “인쇄산업지원기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도록 ‘일감(제작 물량)’을 달라”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지역 관공서나 기업들이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광주가 아닌 서울·대구 등지의 대규모 에이전시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각종 인쇄물을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 인쇄업자들은 서울·대구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그 흔한 명함 제작조차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공서와 기업들 마저도 지역업체에 인쇄물량을 맡기지 않아 외부로 돈이 새고 있는 것이다.

생업으로 수십 년 간 인쇄거리를 지켜 온 지역 인쇄소공인들이 광주시의 행정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다.

낙후된 지역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인쇄산업지원센터 운영도 필요하지만 당장 문 닫을 형편에 놓인 인쇄업자들을 고려해 인쇄물량을 타지가 아닌 우리 지역에 맡기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정겨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