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현장 비용 절약보다 안전이 먼저 취재수첩 주재홍 사회부 기자

2015년 08월 06일(목) 19:07

지난 3일 민원이 계속된다는 산수동 재개발 현장에 가보았다. 기자로서 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들어보고 재개발 현장을 느껴볼 요량이었다.

무더운 날에도 공사는 한창이었고 아직 철거를 협의 중인 5채의 집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공사장 인근 장원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내 또 다른 옹벽 공사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방학기간이라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교문 10m 거리 철거현장에서는 설치한 펜스가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고 심지어 학교 쪽으로 기울어져 한눈에도 위험해 보였다.

학교 내부를 취재하다 우연히 학교로 들어와 공을 차던 4명의 초등학생을 보았다. 철거현장의 흙먼지와 학교 내부 공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카맣게 탄 얼굴로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학생들을 보고 나니 마음이 찡했다.

아이들에게 간단히 공사현장에 대해 물어본 후 인근 마트에 가서 이온 음료와 물을 샀다.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져다주니 한달음에 달려와 벌컥거리며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보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 대해 더욱 화가 났다. 아이들이 다닐 수도 있는 곳에 방치한 벽돌과 펜스, 뿌연 먼지들, 학교방학이 끝나면 전교생이 최소 2년 정도는 공사 현장과 함께 해야 한다니 안타까웠다.

철거현장으로 돌아가 소장을 만났다. 밤길로 도보와 초등학교 안전 문제를 제기 했더니 “최근 태풍 때문에 펜스가 찌그러지고 벽돌이 어수선하게 널부러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루 장비 대여비며 인건비가 얼마인 줄 아느냐고 오히려 역정이다. 조목조목 따지니 구청과 연락해 시정하겠다고 기사는 쓰지 말라고 다시 말을 바꾼다.

하지만 일주일 전 다른 공사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지적된 안전에 대해 기사가 나가지 않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돈, 항상 비용이 문제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여러 대형사고에도 아직도 안전보다는 비용이 먼저라니…. 적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엄청난 돈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일을 겪었지만 사고가 날 때만 반짝 조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아이들을 비롯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작은 관심이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면 항상 크게 눈을 뜨고 고민할 것을 다짐해본다. 주재홍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