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와 임시공휴일, 그리고 남해안철도 취재수첩 김재정 정치부 차장

2015년 08월 09일(일) 18:58

#1. 최근 정부의 뜬금없는 임시 공휴일 지정 발표에 의아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법정 공휴일인 8월15일은 토요일 휴일. 때문에 14일 하루를 더 쉬게 해 국민들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끔 하겠단 의도다. 거기에 정부는 14일엔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겠다는 ‘통큰 선물’도 내놓았다.

목적과 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임시 공휴일 아이디어를 낸 중앙 부처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라는 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기재부는 정부의 돈줄을 쥐고 국가 예산과 지자체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를 조정하는 핵심 부처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입장에서는 단 하루동안 124억원의 통행료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도로공사가 끝까지 통행료 면제에 반대했지만 청와대와 기재부 등 중앙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일 터다.

#2. 재미있는 것은 기재부가 지역 현안 추진에 필요 이상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남해안철도 목포-보성 구간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치면서 올해 본예산에 ‘달랑’ 52억원이 배정된 남해안철도는 최근 정부 추경에서도 100억원 증액에 그쳤다.

당초 전남도는 국토교통부에 500억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국회 심의에서 겨우 100억원을 살려냈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전남지사가 섭섭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사가 ‘100억원도 받지 않겠다’며 격노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남해안철도는 2000년대 중반 착공했지만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며 2007년 공사를 중단시킨 사업이다. 이후 9년 만인 올해 재개됐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한 맺힌’ 현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임시 공휴일과 남해안철도를 보며 씁쓸한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책 결정이 이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나온 임시 공휴일은 광복 70주년이란 명분에도 ‘민심잡기용’ 퍼주기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런 점에서 올해 추경 증액 SOC 예산 중 호남권의 비중이 7.20%인 반면, 영남권은 40.40%인 현실도 동일한 맥락이다. 현 정부가 ‘호남은 버리는 표, 영남은 확실한 표’라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기재부와 정부가 선심성 정책이 아닌, 지역의 현실을 감안한 진정성 있는 예산 결정을 해주길 바라는 게 욕심만은 아니길 기대한다. 김재정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