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량억제 정책·시민 참여 시너지 효과 톡톡 광주, 자전거로 녹색도시 도약 꿈꾼다 <3>자전거 선진지 ‘암스테르담 이용 활성화 위해 규제 최소화 철도·지하철 연계 인프라 구축 보관·도난예방 등 관리 총력 2030년까지 주차장 6만개 건립 ’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5년 08월 18일(화) 19:55

4천대 수용 규모 자전거 주차장 암스테르담 중앙역 인근 운하 위에 위치한 4층 규모의 대형주차장은 네덜란드 내 최대규모로 4천대 이상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다. 시민들은 주차장에 자전거를 두고 타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네덜란드 노로트 홀란드 주, 암스텔 강 연변에 위치한 암스테르담은 인구 72만명의 헌법상 수도다. 또 자전거의 천국인 네덜란드에서도 자전거 보유율은 75% 이상, 대중교통 분담률이 40%를 넘는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로 명성이 높다. 특히 시의 노력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이에 따라 자전거 활용 활성화 정책에서 나아가 보관방법, 도난예방, 주차공간 확보 등 관리 강화를 위한 정책에 힘쓰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든 친환경 도시=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내려 15분 가량 기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한다. 637㎢의 면적에 70개의 섬이 500개의 다리로 연결된 운하의 도시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교통 문제 해결이 현안으로 따올랐다. 나날이 늘어나는 차량으로 인해 도로는 포화 상태가 돼 사회문제화 됐다.

그 심각성을 인지한 시는 지난 1900년대부터 차량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자전거를 타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대부터 차량을 쓰는 시민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시 안에 차도를 더 이상 짓지 말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자전거 관련 정책이 전무한 상황.

여기에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를 주축으로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시는 그 뜻을 전격적으로 수용, 자전거 도로의 비중을 높이고 자동차 도로 계획을 없애는 등 자전거를 이용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전거 도시 만들기에 나서게 된다.

무엇보다 차량억제 정책을 통해 도심에 자동차 주차장을 짓지 않고, 속도를 제한하는 등 자동차가 갖고 있는 장점을 줄이고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의 정책과 인프라를 구축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면허증을 의무로 하지 않는 등 기본 규칙과 법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유일하게 교육과 시험을 1회 진행한다.

이는 암스테르담 교통광장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자전거 학교’로 자전거와 관련된 모든 교육을 제공하며 필기·실기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난이도가 굉장히 낮고,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통과율이 높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신호등 설치해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 순으로 신호체계를 구축, 사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위)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주차하는 모습.

◇자전거로 출·퇴근 가능 인프라 구축=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하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전거 주차장이다. 운하 위에 위치하며 4층 높이로 4천대 이상이 자리하고 있다. 기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맡겨두고 제2의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첫날 24시간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며 1일 이후부터는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주차장의 종류는 총 3가지로 8시간 이상 사용 시 편리한 기차역 인근 운하 위에 위치한 대형주차장과 4시간 이상 8시간 이하로 이용 가능한 소규모 주차장, 쇼핑 등 목적으로 짧게 이용 가능한 칸막이 주차장이다.

시민들은 최소 1인당 2대 이상의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으며 통근수단으로서 사용한다. 주변 도시의 시민들도 자전거를 싣고 와 중앙역에 놓고 출·퇴근한다.

또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답게 곳곳에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기차인 ‘NS’가 운영하는 곳은 1일 3유로면 이용이 가능하다. 대부분 개인 업체도 7유로부터 12유로 사이의 이용료를 내면 된다.

◇이용 활성화에서 관리위주 정책 전환=현재 암스테르담 시청에는 도로정책팀, 교통조사팀, 관리팀, 사용팀 등 4개 팀이 자전거 도로를 구축, 관리하고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1팀 당 50여명 이상의 직원들이 자전거 정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자전거 도난의 경우에는 시청과 경찰서가 머리를 맞대 매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상습적인 도난을 막기 위해 자전거에 센서를 달아 비치해두고 한 곳에 2개 이상의 센서가 모일 경우 이를 추적해 검거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암스테르담은 타 도시와는 달리, 자전거 선진지로서 완벽하게 자리매김해 1인당 2대 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에게 어떻게 자전거를 많이 태울까가 아니라 자전거를 어떻게 주차시킬까가 중요한 문제로 자전거 도시 구축 이후 단계다.

매년 노후된 자전거를 처리하고,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 주차장도 하나 둘 설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는 가능한 모든 기차·지하철역, 버스정류장·관광지에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전력하는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지상 2만2천개, 지하 4만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는 안전이 최우선”
롭 스미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도로정책과 팀장

“자전거를 탈 때 최대한 위험성을 줄여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전거 선진도시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정책을 관리하고 있는 롭 스미르스(Rob smiels) 도로정책과 팀장은 ‘자전거 도시’를 조성할 때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르스 팀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를 닮고 싶어 하는 여러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암스테르담을 많이 찾는데 중요한 건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의 인프라 구축이다”며 “차량 속도에 제한을 두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 때 차도 옆에 만들면 안된다”고 말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있는 겸용도로에 대해선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아 자전거 이용률을 낮출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자전거 이용을 높이려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해야 하는데 차도 옆에 두면 안전하지 않아서 아이들 스스로도, 또 부모들도 권유를 안하게 돼 이용이 줄어들게 된다”며 “모든 자전거 도로는 이용자들이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스미르스 팀장은 보여주기 식의 정책은 불필요하며 시내 등 중심가가 아닌 실제 자전거의 수요가 높은 지역을 찾아 동네 공원, 시장 등 작은 곳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와 시의 주도적인 움직임이 자전거 도시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스미르스 팀장은 “정부에서 진짜 원하고 주도적으로 자전거 도시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시민들이 따라갈 수 있다”며 “시민들도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움직임을 더욱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자전거 도시에 대한 벤치마킹을 시행할 때에도 이미 만들어진 도시가 아닌 최근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자전거 공유제도가 훨씬 많이 쓰이는 작은 도시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