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지시등 작동을 생활화하자! 김남수 |
| 2015년 08월 18일(화)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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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의 소소한 즐거움이 하나 있었는데, 일주일 한 두번 오징어를 구워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함께 마시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늘 아내에게 오징어 몸통을 양보했고 자신은 오징어 다리를 안주삼아 먹으면서 별다른 말이 없더라도 느긋하면서도 편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말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싸움이라는 것이 그렇듯, 정작 싸우게 된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내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당신은 늘 그렇게 당신만 생각해. 내가 오징어 다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매번 당신 혼자 오징어 다리를 먹구. 매사 그런 식이야”라고 외쳤고 남편은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해지면서 답변했다. “진작 말해야지. 난 오징어다리는 짜서 싫고 몸통만 먹는 다구. 당신 때문에 여태 오징어 다리를 먹은거라고!”
우스개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결국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직접 말하지 않으면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물며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도 서로 오해하는데 도로 위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들은 어떨까?
우리가 운전하다보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분명 앞뒤의 차량 간격이 충분해보여 끼어들었는데 뒷차가 경적을 울리고 바짝 다가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뒷차는 블랙박스 동영상과 함께 자신이 주행하는 차선으로 깜박이 없이 갑자기 끼어들어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신고했다. 그 동영상을 본 법규위반 담당자는 도로교통법 제38조 방향지시등 미점등을 이유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법규위반 사실 확인 통지서를 받은 앞 차의 운전자는 관할경찰서에 방문해 해당 동영상을 보고 화를 냈다 “분명히 내가 봤을 때, 간격이 충분해서 들어간건데, 고작 깜빡이 하나 안 켰다고. 그게 위반이란 말이오? 지금 당장 밖에 가보쇼. 누가 깜빡이를 켭니까?”
도로에서 앞차와 뒷차의 간격이 여유로운 상황, 그 공간을 보면서 충분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당신만이 아닐 수도 있다. 뒷차의 운전자도 좀 더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1차선에 있던 차가 도로를 빠져나갈 생각으로 한 차선씩 옮겨 올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차와 차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우리가 속칭 깜빡이라 부르는 방향지시등인 것이다.
차량이 차선을 변경할 때에는 방향지시등을 켠 채로 앞 차량의 간격과 뒤에서 오는 차량의 속도를 살펴본 후 차선 변경을 해야 하고, 그 행위가 종료된 후 방향지시등을 끄는 것이 정확한 방향지시등의 사용법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거나 켜자마자 차선을 변경하여 사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또한 줄곧 직진하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고 우회전을 해버리면 당연히 직진할거라 판단했던 뒷 차의 운전자가 놀라 급제동을 걸기도 한다. 이는 모두 도로위에서 자신만을 생각한 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인 것이다.
도로위에선 차량과 차량들만이 있고 그들의 언어는 바로 깜빡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고 깜빡거리는 차를 보면 그 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뒷 차는 속도를 조절해주고 끼어든 차는 비상등을 세 번정도 켜서 고마움을 표시한다면 서로 기분 좋은 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위의 언어 깜빡이를 오늘부터 켜보면 어떨까? 바로 3초만 여유로워지면 모두가 여유로운 운전이 될 것이다.